내 옆 방에만 있어줘

[영화] 룸 넥스트 도어

by muzi

"친숙하지만 낯선..."


마사(틸다 스윈튼)는 죽음을 앞두고 삶을 스스로 마감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아주 친숙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낯설지는 않은, 생을 마치기 좋은 장소를 찾는다.

마사는 친구 잉그리드(줄리안 무어)에게 자신의 곁에 있어줄 것을 부탁한다.

잉그리드는 거절도 하고 설득도 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마사를 차마 혼자 둘 수는 없었다.

잉그리드도 결정을 한다. 그리고 마사 곁에서 끝까지 따뜻하고 담담하게 그의 여정을 지지한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절친이었으나 오랜 기간 만나지 못했기에 서로에게 친숙하지만 낯선 동반자가 되어준다.


잉그리드와 마사 (from IMDb)

데이미언(존 터투로)은 죽어가는 지구와 자기 파괴적인 인류를 지켜보다 염세주의 독설가가 되어 버렸다.

데이미언에게 잉그리드는 자신과 지구가 아직은 건강하던 시절 지녔던 따스한 열망을 그립게 만들어주는 친구다. 그는 잉그리드가 처한 상황(자살 방조)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현실적인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평생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았던 마사의 딸 미셸은 엄마의 부고를 듣고 잉그리드를 찾아온다. 마사와 똑 닮은 미셸은 마사가 있던 자리에 앉고 눕는다.


데이미언과 잉그리드 (from IMDb)

우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엄청난 커리어와 물질적 여유.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마사와 잉그리드, 잉그리드와 데이미언.

영화 속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의 중심 소재,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친숙하지만 낯설어야 지속되는 것, 육체적 사랑이 그러하다.

그리고 감독은 마사와 똑 닮은 미셸이란 존재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생각해 본다.

매우 친숙하지만 점 하나 삐끗하면 기괴해진다. 친숙함으로 지속성과 희망을 말한 것일까, 삐끗함으로 어긋남과 종말을 내다보는 것일까.

친숙한 것들 가운데 가장 낯선 것,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슬플 때나 기쁠 때, 우울할 때와 행복할 때, 그리고 죽을 때, 문학 작품의 글귀가 떠오르는 그런 삶이면 되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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