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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pr 10. 2023

Who stole my identity? <네트>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

당신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24시간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된 우리는 계정 하나면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지요. 이름만 알고 있다면 프로필 사진으로 얼굴을 알아내고, 거주지와 연락처 또는 학교 정보까지도 얻을 수 있습니다. 알고 싶지 않은 타인의 정보까지도 노트북으로 스마트폰으로 넘쳐흘러, 정보과잉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렇다 해도 나의 신상정보는 전시되어 있습니다. 편리하지만 조금은 섬뜩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나의 아이덴티티를 훔쳐 사회에서 나로서 살아간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요?

<네트>의 안젤라는 아이덴티티를 도난당합니다.



안젤라는 집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일도, 식사 주문도 모두 온라인에서 해결하는 모습이 첫 장면인데, 영화가 제작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먼 미래인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선구안을 닮은 듯도 하지요. 하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보우만이 미래 문명을 거부하고 타파하려던 모습에 반해, <네트>의 안젤라는 이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안젤라는 온라인 속 정보로 실재하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되찾고 오명을 지우고자 고군분투합니다.


시작은 컴퓨터에 있던 음악 프로그램 '모차르트 밴드'. 안젤라가 이 프로그램 속 극비 정보를 발견하며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쫓기는가 하면, '안젤라'라는 정체성을 훔쳐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도 만나게 됩니다.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신상정보가 지워지기도 합니다.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라지고 정보가 담긴 디스켓 한 장을 지키고자 쫓기는 신세가 되지요. 종국에는 안젤라가 무엇을 위해 디스켓을 사수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극이 전개됩니다. 디스켓이 절대반지와도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어떠한 의미부여나 대의명분도 필요없게 됩니다. 디스켓은 마치 애니메이션 속 상징적 소재처럼 영화를 끝까지 이끄는 핵심 사물이 됩니다. '이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안젤라는 오명을 지우고 아이덴티티를 되찾습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고구마 백개'처럼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내가 안젤라인 양 억울했고요.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아이덴티티를 도난당한다면, 누군가 내 행세를 한다면,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될까, 나의 행세를 하는 인물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는 어디에 둔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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