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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들 May 27. 2024

인생이 예상대로 안 된다

20대와 지금의 내가 다른 건에 대하여

오랜만에 대학시절 친구를 만났다.

스무 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대학 동기로 만나서 친하게 지냈다.

그 친구와는 결혼하고서까지는 연락을 하고 지내고 얼굴을 보고 지내다가,

애를 낳고부터는 그 친구도 바쁘고, 내 일도 바빠져서 어느 순간 소홀해졌다.


그런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꿈에 나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생각나서 바로 연락을 했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와 나는 현재의 길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지만,

공통점은 스무 살을 함께 보냈고 그 추억의 힘이 우리를 단단하게 이어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학 시절 같이 시간을 보낸 친구들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귀여움만 독차지하던 동기 1은,

제일 먼저 결혼해 주부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혼 후 좀 쉬다가 지금은 자기만의 1인 회사를 창업해 이제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씩씩하게 학과를 이끌어가던 동기 2는,

결혼도 늦게 하고,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자기 만의 일을 끌고 가는 커리어우먼의 삶을 살 거라 생각했지만,

가장 먼저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남편과 가족을 챙기며 살아가고 있다.


연애를 쉬어 본 적이 없는, 그래서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동기 3은,

졸업과 동시에 거의 결혼을 해서 워킹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직도 일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시에 결혼을 하지 못했고,


과에서 조용히 글만 쓰며 지내면서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동기 4는,

그저 결혼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며 조용히 어딘가에서 지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 콘텐츠 업계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일을 이어가고 있다.


취업은 고사하고 위트 있는 말솜씨와 노는 게 좋았던 동기 5는,

우리가 취업할 생각이 없어서 모두가 걱정하며 안쓰러워했지만,

지금 자기가 좋아하는 패션을 아이템을 삼아 잘 나가는 유튜버 중 한 명이고,


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진두지휘했던 또 다른 동기 6은,

제일 먼저 대기업에 취업해서 그 역시 과를 꾸준히 끌어갈 것이라 기대했지만,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상태로 잠적했다고 한다.


그때, 스무 살의 모습만 보았다면,

스무 살의 우리와 지금의 모습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마 지금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때의 우리는 20년이 훌쩍 지나 지금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말이다.


나는 어땠냐고?

동기들 말로는 누구보다 빨리 결혼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거라고 보였는데,

아직 나는 진로를 고민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철없는 마흔이다. 


그럴 줄 누가 알았겠냐고. 

인생은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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