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없는, 신도시 경기도민의 삶에 대하여
내가 사는 동네는 서울에 붙어 있지만, 도로 하나를 두고 경기도로 행정구역이 나뉘는 동네다.
동네 자체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도시'지만,
아직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 막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나 편의 환경이 조금씩 갖춰져 나아가고 있다.
동네가 생긴 지 얼마 안 되긴 했어도 기본적인 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나름 생활하는 데 큰 불편감은 느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불편감을 느끼는 건 다름 아닌 '대중교통'이다.
행정구역 상 경기도로 분류되어 있고, 또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신도시다 보니,
다른 것보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서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거기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도 없다 보니 서울이나 인근 지역을 이동할 때는
반드시 동네에서 버스를 타야만 한다.
(자차.. 차가 필요해... )
하지만 버스 노선도 아직은 동네에 3대뿐이고, 그마저도 2~30분에 한 대씩 온다.
그래서 버스를 한 대 놓치면 그냥 2~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집에서 버스가 오는 시간을 보고 때맞춰 나가야 한다.
혹시나 엘리베이터라도 내려오는 데 오래 걸리면,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거리를 달린다!
문자 그대로 '죽어라고 뛰는 것이다.'
이유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고, 다른 버스가 오기까지 한참이 걸리기 때문이다.
(동네를 알아보던 날, 부동산 중개인이 나에게 "요즘 버스는 어플로 다 알아볼 수 있으니까..." 하며
말끝을 흐리던 기억이 나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삿날이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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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동네에 살 때는 사는 지역은 서울 중심부는 아니었어도, 교통편이 꽤 잘 되어 있었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도 버스로 금방이고, 그 버스들도 여러 노선이 있다 보니
어느 노선을 잡아타도 지하철역을 쉽게 가거나 혹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용이했다.
그래서 집에서 나와도 버스를 놓친다거나 하는,
소위 '버스에 대한 간절함'은 전혀 없었다.
왜?
A 버스가 가면 금방 B 버스가 오니까.
C 정류장에서 버스가 안 오더라도 집 근처 D 정류장에서도 갈 수 있는 버스가 많으니까.
그래서 나는 어떤 버스던지 간에,
한번 버스를 쉽게 보내면 그 버스에 대한 미련을 단 1도 갖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저냥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다음 버스를 잡아 탔다.
그러나 이 동네로 이사 오고 느낀 건,
한 번 떠난 버스는 다시 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스를 잡기 위해 나는 죽어라 달려야 한다.
또 언제 오는지 알 수 없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느니 말이다.
어쩌면, 버스로 은유되는 내 인생의 수많은 기회들을 대하는 나의 인생에 대한 태도는,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 내가 부모님 댁에서 같이 살 때에 내 앞에 놓인 많은 기회들을 보고도
나는 '다음 기회'가 쉽게 오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쉽게 보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란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기회란 어쩌다 오는 것이고,
그다음 또다시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의 소중함과 간절함을 더없이 느끼고 있다.
기회의 속성이 나의 인생에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는 죽어라 달릴 수밖에 없다.
나는 시간이 아닌, 거리를 달린다.
기회라는 버스를 놓치면 너무 늦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