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았나요?!
지난 글에도 살펴보았듯이, 아이돌의 어원은 (idol)로 마치 우상처럼 숭배하는 듯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대상을 가르키는 말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팬질을 하며 느낀 요즘 아이돌은 idol 보다는
idoll 처럼 느껴졌다. 마치 인형처럼 좋을 때는 관심을 보이다가 새로운 그룹이 나오면 또 그 그룹으로 관심을 이동하는 것 말이다. 비유가 너무 비약적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20cm의 작은 인형으로 만들어서 아이돌이 입었던 옷이나 착용한 소품들을 입히고 콘서트장이나 사인회에서 인형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는 것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아이돌과 함께 하고싶은 팬의 마음일 수도 있고, 이것도 하나의 "트렌드" 로.. 팬이라면 해야해 라는 흐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애정을 쏟아 옷도 갈아입혀주고 자신의 팬활동의 자취를 함께한 인형들도 애정이 식거나 소위 급전이 필요하면 시장에 나오게 되는 것이 웃픈 현실이다.
출처 : 트위터 , 검색어 : 엑소인형 양도 / 그외 아이돌 그룹명 인형 양도 검색시 많은 내역 볼 수 있음
문제는 인형에 마음에 드는 옷을 입히고, 좋아하는 소품을 착장하게 하고싶은 마음이 팬사인회 장에서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공연장에서 달리 좋아하는 스타와 1:1로 대면을 할 수 있는 팬사인회장에서는 대화도 가능하고 본인이 원하는 선물을 줄 수 있다. 이 선물을 작게는 인형탈이나 화관등의 작은 소품에서부터 명품 의류와 잡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줄 수 있다. 소속사별로 선물에 대해 제한을 거는 소속사도 있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준 선물을 잠깐 몇 초만이라도 좋아하는 멤버가 해줬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팬들은 이러한 스타의 행동에 기쁨을 느끼지만 해당 아이돌은 어떨까?
적게는 10대 중후반에서 많게는 20대 후반까지 ... 일반인들이라면 1년에 할로윈코스프레나 이벤트적인 파티를 할때 아니고는 착용하지 않는 소품들을 매일같이 하루에 몇십개의 아이템들을 소화하는 것이다. 귀염뽀짝한 모습을 보는 건 좋지만.. 그러한 아이템을 착용하는 아이돌은 어떤 기분일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아이돌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요구하는 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거부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비공개로 사인회를 진행하거나, 소속사 방침상 이러한 요구는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소속사들 또한 있다. 하지만 연차가 적고, 얼마 데뷔하지 않은 아이돌의 경우 팬들의 요구에 대해서 소속사도 아이돌도 순응하기 마련이다. 팬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 그리고 그들이 아이돌 커뮤니티나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닉네임을 외워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으로 그 팬들을 눈과 맘에 익혔을 때 그 팬이 계속해서 그 아이돌을 응원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데뷔때의 팬이 여전히 팬으로 활동하여 응원할 확률 말이다..
본인이 좋아한 아이돌 그룹 또한 데뷔시절 부터 남아있는 팬들은 손가락에 뽑을 정도로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데뷔 팬이더라도 그 그룹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돌 그룹도 좋아하는 아이돌 팬이라고 보는게 더 맞다. 왜냐하면 팬에게는 그 가수와의 의리를 지킬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래가 나왔을 때 마음에 들지 않고, 멤버가 살이 찌거나 자기 관리를 안한다는 생각이 들면 인형을 양도하듯이 다른 그룹의 새로운 멤버를 찾아가면서 왜 아이돌에게는 항상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멤버의 인성논란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하라고 하며, 해당 소속사가 팬들이 원치 않는 활동을 계획하면 해명을 요구하면서 팬들은 자신들이 해당 아이돌의 팬으로서 지켜야 할 것을 지켜주지 않는걸까....? 가 항상 나의 의문점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항상 이야기 하듯이 팬 = 아이돌의 얼굴 이 아니던가?
아이돌이 팬에게 원하는 것은 크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에게 많은 돈을 쏟아 붓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본인의 삶을 열심히 살고, 그들의 노래나 무대로 위로를 받고 공연을 보러 와서 응원해주고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프로듀스 시리즈에서는 아이돌이 무대에 서기 위한 연습 과정을 보여준다. 노래, 춤, 랩 작곡 등 무대에서 보여줄 모습이다. 연습생들에게 있어서 팬사인회에서 애교를 보여준다거나, 인형탈을 써서 이쁜 표정을 보여준다거나의 연습은 없다. 그들은 무대에 서는 모습을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작 그들을 기다린 건 팬사인회에서 애교를 보여주고 팬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기억해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워너원의 생방 전 논란이 되었던 영상에서 처럼 자신들의 숙소에 매일 같이 기다리는 사생팬들도 있을것이다. 해외공연을 위해 공항을 가면 기자들의 플래쉬 보다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들의 고성능 카메라와 대리찍사(공항에 상주하며 연예인들의 사진 데이터를 파는 사람들), 공항에서 기다리며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9k_17xTTWk&t=109s
171008 워너원(Wanna One) 인천국제공항 입국현장 분위기 직캠(Fancam) by 니키식스
물론, 가까이서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공항에서 기다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오고가는 공항이기에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나 마지막 인상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누군가는 다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안전을 지켜야 하는 곳임을 명심해야 한다.
안전의 문제는 콘서트나 행사 공연장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행사장이나 콘서트 스탠딩에서는 안전의 문제가 발생한다. 아티스트들이 뒤로 조금씩 가라고 멘트를 하거나 손짓을 해도 잘 통하지 않는 상황들이 그때이다.
http://www.moneykorea.net/news/articleView.html?idxno=50370
많은 팬덤을 몰고다니는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일 수록 매니저나 경호원들, 행사 관계자들까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단독 콘서트가 아닌 여러 그룹이 모이는 행사일 경우, 여러 팬덤 또한 섞이게 된다. 어째서 가수들끼리는 사이가 좋은데 팬덤들 끼리 인기도를 가지고 싸우는 것일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인기도나 순위를 해당 팬덤의 활동까지 점수에 매긴다면 그들은 순위권에 들 수 없을 것이다.
아이돌의 인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팬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돌이 유명세를 얻고, 인기를 얻게 된 것에 대한 팬들의 노력(스밍, 커뮤니티 홍보 등)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진심어린 애정을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꽃길이 열리길 바란다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자는 것이다.
오프라인 활동에서는 질서가 무너지지 않게 기본적인 거리만 유지해도 모두가 안전하게 볼 수 있으며, 온라인 활동에서는 조금만 언어의 예절을 갖춰도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을 이룰 수 있다.
팬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너네 그 인기 누가 만들어준 건데? 라고 물어본다면 그 인기를 만들어 준 만큼 자신들에게도 해당 팬덤에 무게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 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 00 하고 싶은거 다해, 우리 00 꽃길만 걷자 를 외쳤던 팬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이돌의 의무를 묻기 전에 팬으로서의 의무도 생각해보자
본 글은, 글쓴이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덕질을 체험을 바탕으로 썼기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