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묻는 아이 앞에서
"엄마 사람은 다 죽지?"
복주가 어젯밤 잠들기 직전 나에게 물었다.
"나도 나중에 죽는 거지? 무서워."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낮에는 엉덩이를 씰룩대며 흔들면서 장난을 치고, 세상의 온갖 걱정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개구지고 장난끼 많은 여섯 살 짜리가
밤이 되니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니.
"그건 아주, 아주 나중의 일이야."
나는 '아주'를 두 번 붙이면서 시간을 늘이듯 말했다. '아주'를 강조하면 죽음이 조금은 멀어질 것 같아서..
"엄마도 나중에 죽어?"
복주의 질문은 생각보다 깊숙이 들어왔다.
나는 그동안 복주가 나를 세상의 배경처럼 여긴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공기처럼, 벽처럼, 가구처럼, 늘 거기 있는 존재.
그런데 아니었다.
복주는 이미 '엄마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모든 건 언젠가 다 죽어."
말은 차분히 했지만 내 안에서는 작은 균열이 생겼다.
이렇게 냉정한 진실을 벌써 가르쳐 줘도 되나?
"죽으면 끝이야? 다시 안 살아나?"
나는 멈칫했다.
나는 환생을 믿는다. 엄밀히 말하면, 믿고 싶다.
끝이라는 말이 너무 쓸쓸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생각을 견디기 어려워서..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믿음'이다. 이 작은 아이에게 엄마의 세계관을 그대로 건네도 되는 걸까..?
잠깐의 침묵 끝에 나는 말했다.
"우리 몸 안에는 영혼이라는 게 있어."
"영혼이 뭐야?"
"영혼은 우리 몸 안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존재야. 몸은 사라져도 영혼은 계속 남아서 다른 몸을 만나 살아갈 수도 있어. 죽은 다음에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걸 환생이라고 해."
복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바퀴벌레도 영혼이 있어? 다시 살아나?"
"..... 그럴 수도 있지."
"개미도?"
"응."
"어떻게 다시 태어나? 누가 해줘?"
나는 점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 갔다.
"하나님이."
"하나님은 사람이야?"
"아니, 신이야."
"신이 뭐야?"
나는 잠시 웃음이 나왔다.
설명할수록 더 많은 질문이 따라왔다.
나는 세상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라기보다 즉흥적으로 우주를 창조하는 사람 같았다.
"하늘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지켜보는 분."
"하나님은 뭐 먹어?"
"신이라서 안 먹어도 돼."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맞나.
설명할수록 또 다른 설명이 필요했고, 하나의 대답은 또 다른 질문을 불러왔다.
마치 작은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복주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럼.. 나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또 엄마 아기야?"
그 질문 앞에서 가슴이 저릿해졌다.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내가 환생을 믿고 싶었던 모든 이유를 들켜버렸다.
복주도, 나도,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를 다시 못 만날까 봐 무서웠던 거였다.
"응, 그럴 수 있지."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대답했다. 그저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그러더니 복주가 갑자기 선언하듯 말했다.
"나는 죽으면 박쥐로 다시 태어날 거야."
"왜 박쥐야?"
"다들 자는 밤에 날아다니잖아. 멋있어."
나는 웃으면서 맞장구쳤다.
"그럼 나는 엄마 박쥐하고, 복주는 아기 박쥐해서 동굴 속에서 같이 살아야겠네. 박쥐는 포유류니까 복주는 또 엄마 찌찌 먹어야겠네?"
복주가 까르르 웃었다.
복주와 이런 대화를 하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래, 이 아이와 함께라면
동굴에서 사는 박쥐가 되어도 괜찮겠다.
빛도 없고, 거꾸로 매달려 살아도
이 아이만 옆에 있다면
그 삶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
나는 복주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우리 모두는 결국 죽게 되니까, 하루하루를 서로 많이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돼."
복주에게 해 준 말이었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었다.
내일 아침, 나는 또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낼지도 모르고, 급하게 등을 떠밀면서 등원 준비를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나는 확신했다.
박쥐가 되어도 좋을 만큼 진심으로 이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이 죽음보다 오래 남기를 바란다는 것을..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힘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손을 더 꼭 잡는다.
언제까지나 지켜줄게, 복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