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쥔 손을 펼치는 용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 후기

표지 커버를 벗기니 거대한 숲이 등장한다.

아래는 강이요 위로는 하늘의 단순하면서도 장엄한 풍경이다.

그 숲가운데 한 거대한 나무아래 흰 셔츠를 입은 한 사람이 고개 숙여 있다.

흡사 기도라도 하는 모습이다. 예전에 보았던 프리드리히의 '수도사'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와 땅과 하늘의 경계사이에 너무나 작은 한 수도자가 기도하고 있다.

그 그림의 제목이 수도사였다. 기도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그 모든 것이 의미 있어지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수도사' 그림 작품


정현종의 '방문' 시구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도 있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내게 다가오는 한 사람의 무게감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집으로 돌아갈 길을 찾는 질문에서 저자는 최고의 답변으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Meister Eckhart(14세 초 독일에서 활동한 사제)를 인용한다.


나이 지긋한 신도 : "에크하르트, 당신은 분명히 하나님을 만났죠. 나도 당신처럼 하나님을 알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런데 내 기억력이 흐려지고 있으니

아주 간략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에크하르트 : "제가 만난 식으로 하나님을 만나려면,

누가 당신의 눈을 통해 내다보는지 온전히 이해하면 됩니다."


저자에게 인생은 꽉 쥔 주먹을 천천히 펴서 활짝 펴가는 과정이었다. 조금 더 통제하고 더 신뢰하면서 살아가는 것, 꽉 쥐는 주먹과 펼쳐진 주먹, 그 사이에서 우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목을 옥죄며 살 것입니까,

아니면 넓은 마음을 인생을 포용하고 살 것입니까?

자, 쥐고 있는 주목을 펼쳐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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