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냉혹하고, 잔인하고,
준엄한 장님들의 왕국에
들어와 있는 거야.
내가 봐야만 하는 걸
당신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차라리 눈이 머는 게 낫다고
생각할 거예요.
주제 사마라구 「눈먼 자들의 도시」. 해냄, 개정판 192쪽
우리가 다 볼 수 있다고 다 좋은 것만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보지 못한다고 다 불행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눈먼 자들의 도시 속에서 반드시 눈뜬 자가 필요할 것이다. 눈먼 자들을 속이고 그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길을 돕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성경에도 예수님은 "눈먼 자가 눈먼 자를 인도하지 못하나니, 그러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라"라고 복음서에서 말씀하신다.
우리는 과연 눈 뜬 자인지 자문해 보게도 된다. 온갖 선입견과 무의식적 충동과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오염되어 스스로 눈떴다고 착각하지만 실상 눈먼 자로 살아감을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의 탐심이 우리 마음의 정직한 눈을 감게도 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으며, 다시 한번 나의 거울을 닦아본다. 대화하는 타인들의 마음의 오솔길을 함께 걸어보며 내가 아는 것만 전부라 생각한 옹졸한 자만심도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