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

길 모퉁이에 서서.

by 밝둡

나는 그렇게 자랐고,

그녀는 그렇게 태어났다.


그렇게 자란 나는, 그렇게 태어난 그녀에게 호감을 넘어선,매력을 웃도는 이상함을 갖는다. 그렇게 태어난 그녀는 내게서 평범함을 찾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따뜻함을 찾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상함을 비웃는다.그렇게 자란 내가 그렇게 태어난 그녀의 비범함의 크기를 재어본다.뒤에서서 머리끝을 재어보고,털럭거리는 손끝의 끝을 쫒아가본다.그렇게 태어난 그녀를 볼수록 아무것도 못 찾는다.그렇게 태어난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것같은 것들로 꽁꽁 싸매고 있다.그렇게 태어난 그녀가 그렇게 자란 내게, 그렇게 태어나서 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그렇게 자란 내가, 그렇게 태어난 척 질문에 대답을 해본다.아무것도 아닌 비닐봉지에 쌓아서,툭하고 대답을 해본다.그렇게 태어난 그녀가 그렇게 자란 내게, 그렇게 자랐으면 당연히 그렇게 가야하지 않냐는 듯이 표정없는 말을 한다.그렇게 자란 나는 답답함과 절망감에 갈 길을 잃는다.그렇게 자라온 길을 되뇌이며,기억나는 길들을 더듬으며,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의 모퉁이뒤에서 잠시 쉬어본다.그렇게 될 곳들의 각진 모퉁이들을 서성인다.


그렇게 태어난 그녀가 욕을 한다.그렇게 자란 나는 그녀의 욕을 배운다.아,쌍스럽지도 않고, 참으로 있어보여.위트까지 구석구석 채운 그 욕을 나도 자연스럽게 한 번 만 해봤으면.그렇게 자란 내가 그렇게 태어난 그녀의 욕을 입으로 되뇌어 보며,새벽 허락되지 않은 달빛의 오래된 연인처럼 화난듯 한 표정으로 길을 만들며 걷는다.나도 그렇게 욕하고 싶은데,잘 안되.그렇게 태어난 그녀의 욕처럼 비웃지 않고 감싸 안으며,대지에서 이십센치쯤 내려앉은 듯한 검소함이 묻어나는 그런 욕.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어찌 저렇게 맛깔나는 욕을 할 수있을까.그렇게 태어난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주파수일려나?나는 튜닝으로는 불가한 것인가?


그렇게 태어난 그녀가 티비를 본다.지혜로 꽉 차인,난시에 노안에,내 모습도 제대로 모르고 있을 좋지 않은 눈으로 티비를 본다. 한 번 무언가를 보게 되면, 그 오래된 시트콤을 영원히 돌려볼 것 처럼,열심히 보며 열심히 웃으며 열심히 욕을 하며 그렇게 태어난 또 한명이 있나 싶게,또 한명의 그렇게 태어난 사람을 토하듯이 웃는다.뭐가 저렇게 재밌지?왜 유치한 다음 상황을 저렇게 내게 설명을 하면서,미리부터 웃음으로 마중을 나가며,

웃음으로 껴안는 걸까.그렇게 태어났으면 그정도는 다음 백화까지도 뻔하다는 말과 함께,시트콤 따위는 꺼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한다.그렇게 자란 나 따위가 어찌 그렇게 태어난 그녀의 시트콤 티비를 보는 깊은 뜻을 알 수 있겠는가.


그렇게 자란 나는, 불안을 느낀다.그렇게 태어난 그녀의 기묘한 행동들이 길어지고,그렇게 자란 나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선택을 하고,그렇게 태어난 그녀만 할 수 있는 그런 행동들이 하루하루를 채워 갈 수록,그렇게 자란 나는, 더욱 불안해진다.싫어해질 수 있다면 이 불안의 감정을 누를 수 있을까?그래서 그렇게 자란 나는 그렇게 태어난 그녀의 근본적인 오류와 헛점을 찾으려관찰해본다. 재채기를 하나도 귀엽지 않게 하는걸 생각해본다.지금 뭐한거야?싶은 그런 재채기 대신,내가 지금 재채기를 했다 이것들아,하는 그 재채기에는 그 어떤 잘못됨이 없다.오히려 근처 얌전히 앉아 있는 고양이의 재밌는 반응만 일으켜서,결국 날 웃게 한다.재채기 따위에 그런게 있길 바란 내가 그렇게 자랐기 때문이겠지.하루종일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싫어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노력해본다.불안의 맞은편에서,불안에 맞설 방패를 만들려고,나는 그렇게 태어난 그녀의 그렇게 자란만큼의 보폭으로 몰래 몰래,별거 아닌듯이 성큼성큼,엉덩이도 찔러보고,옆구리 살도 움켜쥐어 보고,커피가 들어가는 입술도 쳐다보며,싫어질 수 있는 최대한의 가능성을 두고.그렇게.


그만 생각해야겠다.

그녀를 놓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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