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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Sep 08. 2023

팀장도 사람인데 말입니다

초보팀장 감정톡 (동아일보 팀장클럽 연재글)


가끔 동료 팀장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이런 말을 주고 받습니다. 

'팀장도 사람인데...'


이 말을 하게 되는 맥락은 주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인데요. 팀장도 사람인데 당연히 화가 나지, 슬프지, 두렵지,... 이런 말들이 따라옵니다. 그러면서 '그런 팀장을 좀 이해해주면 좋겠다' 정도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팀장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굳이 곱씹는 이유는, 팀장들이 의도적으로,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란 걸 마음 깊숙한 곳에 집어넣고 잘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감정이나 살피고 있을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 1번이겠죠. 안 그래도 위, 아래, 양 옆에서 '어쩌나 보자' 하고 팀장을 쳐다보고 있는데 일희일비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도 있을거고요. 카리스마있는 리더, 철두철미하게 팀을 이끄는 유능한 팀장이라면 왠지 감정과는 거리가 멀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팀장도 사람이죠. 아니, 팀장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일을 되게 하고 팀이라는 조직을 이끌라는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어떤 상황에서도 요동하지 않는 담대한 리더로 거듭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하루에도 수십가지 감정이 밀려와 파도처럼 부서집니다. 일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감정적인 팀장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써 괜찮은 척 하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갉아먹고 옳은 결정을 방해하지요.


팀장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로봇이 아니라, 그저 능숙하게 감정을 통제하고 감추도록 사회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감추고 숨긴다고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식으로든 일, 또는 팀에 영향을 주게 되더라고요. 직장에서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면 집에 와서 엉뚱하게 가족에게 터지기도 하고요. 최소한 만성 두통에라도 시달립니다.  


그렇게 사계절을 겪으며 깨달았습니다. 팀장으로서 감정을 잘 통제하고 감추는 것보다도, 그 감정들이 일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빠르게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능수능란하게 괜찮은 척 하는것보다, 진짜 괜찮아지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책도 뒤져봐도 괜찮아지는 방법은 잘 나오지 않아요. 마음챙김, 명상 같은 방법도 종종 나오지만 그건 '방법론'일 뿐입니다. 내 감정은 내 것이기 때문이에요. 역할과 책임은 회사가 주는거고, 팀장 노릇은 배워서 할 수 있지만, 팀장으로서 겪는 감정은 오롯이 내 것이고, 나 스스로 감당해야 합니다. 감당하려면 알아야겠죠. 내 지금 마음이 어떤지, 왜 이런 감정이 올라왔는지, 어떻게 하면 금방 회복되는지.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알기 위해'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아무 말이나 쓰고, 아무 데나 썼었어요. 일기장이나 블로그, 정 여건이 안 될때는 저에게 카톡을 써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쓰다보면 조금은 알 것 같았고, 알고 나면 조금은 나아졌어요. 감정의 방해를 받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비슷한 상황에서 나름의 기준도 생기더라고요. 물론 아직도 ing입니다. 


저는 ‘감정을 잘 통제하는 사람’보다, '감정을 잘 감당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냉철한 이성으로 감정을 압도해버리거나, 감정을 철저하게 감추고 피도 눈물도 없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팀장이기보다는, 내 감정을 누구보다 먼저 섬세하게 알아채고,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감정의 오르내림에 영향을 조금 덜 받으며, 정상의 범주로 되돌아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걸 목표로 하고 싶어요.


팀장도 사람인데, 굳이 아닌 척 하며 사느라 에너지를 쓰는 것보단, 팀장 사람으로서 조금씩 성숙해지는 게 더 효율적인 목표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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