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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Jan 06. 2022

2022, 용기가 필요해

올 해의 키워드 정하기

2022년 나의 키워드는 '용기'다. 

새로운 일을 해 나갈 용기,

거친 세상(?) 속에서 내 길을 걸어갈 용기,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믿고, 나 또한 믿음을 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초딩 아이를 둔 학부형이 될 용기..

1월 3일, 팀원들과 함께 한 조촐한 시무식에서 슬쩍 고백했다. 사실 작년 한 해동안 참 고민이 많았다고. 

팀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무슨 고민이요? 

이게 맞나, 저게 맞나, 지금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등등. 그야말로 끊임없는 번뇌 속에서 괜찮은 척, 다 아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느라 진땀을 뺐던 한 해였다고 말했더니 팀원들이 깜짝 놀란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팀장이 처음이었고, 무언가를 책임지는 자리에는 처음 앉아봤는데다가, 아무도 팀장의 말과 행동이 이러해야 한다는 걸 시시콜콜 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는 극한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렸고, 기업문화팀은 그 한 가운데에서 소용돌이쳤다. 그 상황에서 늘 온화하게 팀원들을 대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 자신조차도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정리가 안 된 채로 뒤숭숭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성공한 듯 하다. 팀원들이 깜짝 놀라는 걸 보니, 정신 사나웠던 내 속의 반 정도는 들키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너그럽게 이해한 것일수도 있겠다. 아무렴 어떠랴. 1년차였으니까 다 용서될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1월부터 나는 더 이상 신임 팀장이 아니다. 팀장 1년차도 아니다. 잘 몰라도 되는, 실수해도 되는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진짜 내가 오롯이 꾸려가는 팀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팀원들을 이끌고, 팀의 성과를 만들고, 크고 작은 의사결정의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제는 그러지 못하면 자격 박탈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처음이니까 못 해도 봐주는 유예기간은 끝난 셈이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을 움직여 일하게 하려면 용기내어 일을 시켜야 한다. 성과가 나는 일에 자원을 집중하려면 성과가 나지 않지만 안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심지어 그 일을 다른 팀에 넘겨야 한다!) 극심한 변화 속에서 팀원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괜찮은 척이 아니라 진짜로 괜찮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도 폭풍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용기다. 남들이 다 떠나가고, 이건 아니라고 말해도 내가 생각할 때 옳은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용기다. 마지막으로 정말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아니다 싶을 때,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제자리에 머무는 것도,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서는 것도,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시도하는 모든 것들이 용기의 산물이다. 사실 팀원들을 마주보고 건네는 말 한마디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매사에 잘 하려고 용기를 불사르다가는 타죽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22년 내게 필요한 용기는 딱 하나다. 변화를 마주하는 용기다.

팀장으로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올 한해, 드라마틱한 외부 환경과 불확실성에 끊임없이 몸을 부딪히며 헤쳐나갈 용기다. 조금 해보다가 주저앉지 않기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않기를. 탄탄한 일상의 루틴을 이어가며 새로움을 향해 계속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용기'ㄹ는 단어에 한껏 실어보았다. 

새해의 다짐같은 건 조만간 까먹을 것이기에, 기억하기 쉬우라고 하나의 키워드를 골랐다. 1년치의 용기는 너무 거대하지만, 매일 아침 하루치의 용기를 장착하는 건 왠지 쉬울 것 같다. 그렇게 365일만 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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