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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의 Jan 05. 2022

불안과 답답함

그 속에서 새해맞이

코로나19가 2년을 채우고 곧 3년차를 맞이한다.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조차 너무 진부하다. 마스크 없이 찬 공기를 들이마시면 오히려 감기에 걸릴 지경이다. 코로나 이전이 막연하게 그리우면서도, 그 때의 일상이 약간 가물가물한 상태, 그렇게 우리는 모두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가는 듯 하다. 


이러한 시국에서 조직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조직, 리더십, 마케팅, 심리학 전문 교수진께 자문을 구하는 자리가 있었다. 당연히 조직 문화를 논하려면 시대적 정서를 알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조직 구성원, 나아가 범 국민, 전 세계적인 정서가 처음에는 '불안'이었다면, 지금은 '답답함'이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의 역할과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모든 일의 초점을 '고객'에게 맞추어 조직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들으면서 생각했다. 불안과 답답함. 비슷한 것 같은데 뭐가 다르지? 내 생각엔 이렇다.    

불안함은 앞으로 내게 닥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두려운 감정인 것 같다. 나도 확진이 될까봐 불안하고, 온 가족이 자가격리 될까봐 불안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업장이 폐쇄될까봐 불안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데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바로 '불안'의 정의가 아닐까 싶다. 내 생각이다. 

반면 답답함은,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데서 밀려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서적 답답함은 물리적 고립이나 마스크 속의 답답함과는 조금 다른 듯 하다. 답답함은 내 의지로 뭔가를 할 수 없는데서 오는 무력감과 반발심이다.내 마음대로 연말연시를 즐길 수도 없고, 소중한 사람들과 밥을 먹을수도 없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등으로 무산되었을 때의 속상함이 바로 그것이다. 자가격리가 될 까봐 두려운 건 불안이지만, 자가격리로 인해 아무것도 못 하게 된 데서 오는 감정은 답답함이다. 이미 2년을 겪었고, 참을 만큼 참았는데 아직도 삶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게 우리는 너무 답답하다. 무언가를 탓하고 욕하며 분노라도 표출하고 싶지만, 그 대상이 무형의 COVID라는 것도 한 몫 한다.  


불안도 답답함도, 무력감의 다른 이름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것, 당장 오늘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사람을 한없이 무력하게 만든다. 심지어 이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조차 알 수가 없다. 이 참에 모든 걸 내려놓고 쉴 것이냐, 아니면 끊임없이 시도하고 좌절하며 고군분투할 것이냐, 사람들은 고민한다. 정답은 없겠지만 어떤 방식을 선택한들 불안과 답답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불안과 답답함의 시대에 필요한 건, '명확함'이 아니라 '심플함'인 것 같다. 삶을 심플하게 하는 것, 일도, 관계도, 일상의 루틴도 최대한 심플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플하다는 건 기본에 충실한 걸 뜻한다. 몸도 그렇다. 적게 먹고, 운동하고, 많이 자는 기본에 충실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심플할수록 변수는 줄어든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만 남겨두고 에너지를 집중하면,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과 자원을 줄일 수 있다. 회사에서 역시 심플한 원칙 하에 조직을 운영하면 좋겠다. 전원 재택 근무, 회식 금지, 고객 최우선, 윤리 원칙 준수, 예외 없음.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여러 상황과 변수에 따라 생기는 수십가지의 기준이 오히려 조직의 소중한 자원을 낭비한다는 생각이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려면, 자꾸 통제하려고 하기보다, 상황을 예측하고 기준을 세우려고 애쓰기보다 그냥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서 내가 오늘 하루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성공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다. 거창한 계획은 이루지 못하더라도, 삶을 하루 단위로 잘게 쪼개어 매일 그나마 나쁘지 않은 하루를 쌓아가는 것도 지금의 시대를 지나가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 에리카 라인



팀원들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뜬금없이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을 선물한 것도 이러한 의식의 흐름에 의해서였다. 지속되는 코로나19와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불안함과 답답함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적 한계를 재빠르게 인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삶이 심플해야 한다. 조금 지루하더라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영위하되, 그것이 외부의 환경 변화에 따라 수시로 흐트러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굳건히 버텨내야 한다. 시선을 외부에서 내 안으로 돌리고, 남이 아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일상이, 나와 우리 팀원들에게 2022년에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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