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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술에 꽤나 취했다. 식탁은 빈 보드카 병, 주스, 굴러다니는 맥주 캔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다들 조금은 피곤한지 눈이 반쯤 풀린 채로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잠에 들기엔 그날 새벽이 아깝다 생각했다. 며칠 뒤면 모두 이곳 이집트 다합을 떠나 각자 계획에 두었던 여행길에 다시 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간호사가 자세를 바꿔 앉고는 핸드폰을 켰다. "각자 듣고 싶은 노래 하나씩 틀어서 같이 들어보자." 무료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은 듯 모두들 흔쾌히 동의했다. 첫 번째 노래, 두 번째 노래... 잠깐의 정적을 사이에 두고 노래가 차례로 흘러나왔다. 새벽녘 어두칙칙한 거실을 가득 메우는 가사를 들으며 그들은 각자의 상념에 또다시 취해갔다. 네 번째 노래였을까, 아쉬움 가득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수잔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어 들려오는 마치 지금 '그들의 노래'같은 가사.
'조용한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빛이 멀리 있는 창가에도 소리 없이 비추고
한낮에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꿈을 꾸는 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네요.
부드러운 노랫소리에 내 마음은 아이처럼 파란 추억에 바다로 뛰어가고 있네요.'
<다섯 개의 별>
다합의 밤하늘엔 아름다운 별들이 정말 많았다. 이들은 특히 한 집에서 밤새 모여 놀다가 새벽녘 각자 집으로 돌아갈 때 보이던 다섯 개의 별을 좋아했는데, 워낙 다른 별들에 비해 유난히 밝다 보니 날씨, 시간 상관없이 매일 밤마다 볼 수 있었다. 가로로 양 끝에 별이 하나씩 있고 그 두 개 사이 정가운데에 세 개의 별이 수직으로 나란히 붙어있는 모양이었다. 수잔은 그 다섯 개의 별이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좋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별들은 오리온자리의 일부였다.)
<유성우>
9월 다합은 한창 유성우가 떨어지는 때여서 하늘이 맑은 밤이면 모두 한 집 옥상에 이불을 펴고 누워 유성우를 구경했다. 별은 크진 않지만 작고 진하게 빛을 내며 떨어졌다. 그들은 유성우를 발견할 때마다 하늘에 손을 치켜들고 '오오오오!!'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서로의 모습이 웃겼는지 키득거렸다. 웃다가 또 별이 떨어지면 '오오오오!!'.
집 바로 앞이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옥상에는 물기 없는 마른바람이 대차게 불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그 바람마저 없어서는 안 될 친구였다. 바람에 옆사람의 머리카락이 입에 날아 들어와도 꺄륵꺄륵 웃으며 행복해했다. 다합의 메마른 여름밤, 맑은 밤하늘에 수 놓인 아름다운 별빛,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갔던 파란 바다는 모두의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music : 김건모 - 한여름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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