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I를 제법 좋아한다. 석사 전공에서 살짝 발을 걸치기도 했지만, (뉴럴 넷이 아닌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인공지능이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AI는 즉각적인 답변 혹은 자극 제공자로서의 일종의 도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슬롯 머신을 돌리는 사람처럼, 응답을 확인해보는 일. 어떠한 의미에서의 도박 중독자처럼 AI를 이용하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그놈들을 어떠한 지성으로 보기보다는 귀여운 확률 분포기,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듯 하다. 문방구 앞에서 100원짜리 뽑기를 뽑듯이, 그놈들의 대답을 딸깍딸깍 확인해 본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 더 뜨거워지고 그렇게 세상은 조금 더 싸구려가 된다.
2020년에 엔비디아 주식을 샀다. 더 살 걸. 꽤 오래 들고 있었다. 더 살 걸. 어느 순간 야금야금, 어느 날 다 팔았다. 팔지 말 걸. 그 시절부터 생성형 AI들을 간간히 체크해 봤다. 순전 흥미 본위로. 그리고 내 일을 좀 대신 해줬으면 좋겠어서. 결과물이 나오지만 매우 조악하다, 에서, 쓸 수 있는 결과물인가? 를 생각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참 많은 분야를 AI들이 해먹겠다고 난리다. 그 놈들은 인간의 빨래는 안 개 주고 밥도 안 해주면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번역을 하고 프로그래밍을 한다. 프로그래머들은 Vibe coding을 프로세스에 완전히 안착시켰고, 아티스트들은 AI에 크게 반발했다. 평소 남의 작업물을 갖다 쓰는 게 일반적 vs. 창의성을 매우 중시해서 느낌 배꼈다고도 맨날 싸움 남 이라는 업계 분위기 차이도 있겠지만, 개발자들이 회사에서 밀려나고도 그저 힝구힝구 하고 있는 거 보면 그냥 그들이 노조를 기획하고 세상에 저항할 에너지들이 대체로 없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좀 저항 좀 해봐라고 외치고 싶다.
여러가지 AI를 써 본 경험으로는, 인간이 직접적으로 보는 분야는 아직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느낀다. AI는 그럴싸할 뿐 집착하지 않는다. 예술은 예술가의 집착이 느껴질 때 경외하게 된다. 경외하지 않는 예술가도, 시간과 비용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자본가의 관심을 받고 예술가를 대체한다. AI는 아직 예상을 벗어난 말맛으로 관심을 끄는 법을 모르고,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문화적 요소를 녹인 말맛을 모르고, 세밀하게 그려넣은 예술가의 집착을 모른다. 그러나 싸구려 패션처럼 빠르게 세상의 아랫단을 집어삼킨다.
옷 또한 언젠가는 그랬을 것이다. 패스트 패션이 범람하고 패션 주기가 짧아지기 전, 옷감 자체가 귀하디 귀하던 시절에는 모든 옷이 정성스러운 공정을 거친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옷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세상의 많은 옷들은 패스트패션이, 조악한 품질의 저렴한 옷들이 대체했다. 인간의 문화도, 글도, 그림도, 그렇게 조금씩 가장 최고급을 제외하고는 조악해져 가는 것이다. AI 생성물 표기를 해야하는 법이 들어선다고는 하지만, 인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법을 잊어버린 미래에는 반대로 인간이 써내려간 글에 핸드메이드 표기를 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로그래밍만은 AI가 문제 없이 완전히 집어삼킬 것 같다. 인간이 쓰는 코드는 어쩌면 거의 언제나 조악했던가? AI가 쓰는 코드가 항상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2025년에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제, 얘가 나보다 코딩 더 잘하네. 나는 이제 코딩 안해도 되겠다. 코딩 시키다가 속 디비지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이제 이 놈은 나보다도 훌륭하고 빠르게 코딩도 하고 디버깅도 한다. 100%는 아니지만 78%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한 58%짜리 나보다 낫다. 그래, 너가 코딩 다 해라.
노동자들이 AI를 겁내는 이유는 더럽게 돈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다들 먹고 죽을래도 돈이 없는 것이다. 내 소비력, 구매력과 수입이 유지되고 AI가 일만 덜어간다면 누가 그들을 겁내겠는가. 노동자들은 AI를 겁내는 것이 아니라, 내 가난한 미래를, 겁내는 것이다.
여러 LLM 모델들을 써 보자니 그놈들은 팩트 꼬투리를 잡아서 시비를 털거나, 환각을 동반한 아첨을 불러일으키거나밖에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팩트를 기반으로 인간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되 상냥하고 친절한 AI는 없는 것인가? 아차, 이것은 선생님이거나 훌륭한 양육자여야만 가능하다. 학생보다 엄격한 철학을 가지고, 사리분별이 가능하며, 학생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가질 지 명확한 판단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그런 존재가 된다면, 그 AI는 이미 인간 존재를 아득히 뛰어넘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인간 존재에 직업적 위협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태를 감사히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