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 ‘우체통’을 낭송해주시고 영상까지 멋지게 만들어주신 이온겸 낭송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종섶
그리움을 먹고 사는 빨간 물고기
소식이 마를 때는 아가미를 크게 벌려 호흡하고
사연이 넘치는 날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토해낸다
외로운 바닷가를 배회하다
육지 이야기를 묻는 파도가 부서지는 것을 볼 때마다
심해로 도망가곤 했다는 혹등고래의 생태기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다만 자신을 사육하는 우편배달부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오늘도 정해진 시간마다 삼켜 둔 편지를 토해낼 뿐이다
심장을 찌르는 작은 열쇠 하나에
배를 열고 산란을 시작하는 암컷
바닥에 박힌 발의 감각이 사라져버려
저린 것도 없고 마비도 없는 몸뚱어리가 되었어도
천연기념물이 될 날 멀지 않았다며
눈도 뜨지 않은 치어들을 내보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동굴을 키우며
멸종의 시대를 헤엄쳐 가는 씨받이 물고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면 호흡만 하는
철갑배불뚝이 암컷만 있어 짝짓기의 계절은 없다
움직임을 허락받지 못한 감옥의 거리에서
빨간 몸에 얼룩지는 가로등의 반점들이
비늘이 되는 성장통을 앓는다
내일은 그리운 소식을 배부르게 먹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