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시작했던 사업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제 슬슬 사업을 정리할 때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2021년에 시작한 또 하나의 사업은 동업자와 문제가 생기며 2년 만에 정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 나이나 청춘 같은.
30살이 되던 해에 첫 사업을 시작했다. 원해서라기보다는 순간 순간 나에게 주어진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인데, 어쩌다보니 내 이름이 적힌 사업자등록증을 손에 쥐고 있었다. 누군가가 지시하는대로 움직여야 하는 직장생활보다는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사업이 내게는 잘 맞았다. 하지만 그에 따라 모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점, 사업 초기에 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으로 연명해야 했던 것 등 평범하게 회사에 다녔다면 누릴 수 있었던 일상들 역시 포기해야 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4년을 정말 바쁘게 살았다. 주말이었지만, 공휴일이었지만 어김없이 바쁘게 일했고 침대에 누운 순간에도 계속해서 일 생각을 했다. 바쁘게 일할 땐 몰랐는데 어느정도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면서 깨달았다. 나에게 번아웃이 왔다는 것을.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닌 "버티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업을 정리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난 몇년간 노력했던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었으니 아쉬움도 미련도 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이젠 34살이 된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서 손을 떼는 순간 앞으로에 대한 걱정보다 기쁨이 앞선것을 보면 그 동안 내가 꽤나 힘들게 버티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백수 1일차. 엄마의 제안으로 대형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캠핑의자에 기대 앉아 고개를 올리자 그림 같은 풍경이 높은 통창을 통해 펼쳐져 있다. 파란하늘에 하얀 구름. 문득 생각했다. '저런 하늘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언젠가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은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 기억이 없다. 그저 바쁜 일상에 치여 하루하루 버텨내는 마음으로 살았다. 버틴다. 그것보다 내 일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솔직히 당장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큰 미련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오히려 여기서 인생이 끝난다면 그것도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최근 몇년을 보낸 것도 같다.
난 확실히 지난 4년간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불행했다는 쪽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솔직히 그 사이 정신과상담을 받았고 약물을 복용하기도 했다. 잘 살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난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웠고, 불행했고, 아집만 늘었다.
34살의 백수가 된 상황에서, 또 새로운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나는 지난 4년간 그랬던 것처럼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대신 잠시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4년간 쉼 없이 달려오는 동안 내가 왜 불행하다 느꼈는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왜 난 여유를 갖지 못했는지, 왜 나는 좋은 기회들이 생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당장의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백수가 무슨 여유냐 하겠지만 사실 이건 번아웃에서 벗어나 다음 도약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이 상태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어쩌면 내 끝은 불만이 가득해 어떠한 일에도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거나, 그래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모두 잃은 외톨이가 되거나, 혹은 결국 언젠가 인생에 대한 허무주의에 빠져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마는 삶을 살테니까 말이다.
이건 34살, 번아웃으로 모든 것을 멈추는 동안 행복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기간이 나에게 선물같은 시간이 되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