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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베투 My Better Today Jun 11. 2024

인간은 '왜' 행복해야 할까?

인간이 행복을 좇는 이유는 생존하기 위함이다. 

백수가 되고 10일이 지났다. 일단 감상평을 먼저 해보자면, 난 지금 굉장히 행복하다. 일을 그만두면 굉장히 불안할 거라는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지낼만하다. 파트타임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낮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평일 낮 한산한 커피숍에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 보니 새삼 내가 지금 행복함을 느끼고, 또 반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가 느껴졌다. 


기왕 행복에 대해 공부해 보기로 한 거, 좀 더 제대로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에 행복에 대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정액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앱에서 무작정 '행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니 몇 권의 책을 추천해 준다. 그중 '행복의 기원 (서은국 저)'라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책을 읽기 전에 대충 그런 생각을 했다. '긍정적으로 살라고 하겠지. 아니면 운동을 하라고 하거나.'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책은 심리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행복에 대해 접근한다. 


부모님 차를 빌려 영종대교 휴게소를 찾았다. 행복한 순간이다.



행복을 이해하는 두 가지 관점 


행복은 2가지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하나는 아리스텔레스의 관점에 의한 것인데, 이는 세상만사를 원인이나 목적, 계획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목적론'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삶의 궁긍적인 목표를 행복으로 보고, 행복하다는 것은 최고의 선, 즉 최고로 좋은 것, 가치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돈을 벌고, 식사를 하고, 모든 행위를 한다. 우리의 삶은 최고로 좋은 것, 최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반면, 행복을 설명하는 과학적인 관점이 있다. 우리는 사실 어쩌다 보니 이 우주에 살고 있고, 세상은 누군가의 계획이나 목적이 아닌 그저 물리적 법칙과 화학반응에 의해 우연하게 생겨난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그다지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그저 우연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진화해 온 동물이라는 주장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윈의 진화론. 이 관점에 의하면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생존, 욕정, 번식과 같은 본능을 기반으로 한 원초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생존은 결국 '집단'이다. 강한 신체를 갖고 있지 않는 인간이 오늘날 지구의 다른 모든 동물들을 위협할 수 있게 된 것은 공동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가질 수 없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었다. 때문에 비록 우리는 더 이상 사냥과 채집을 기반으로 한 원시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유전자는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따라서 여전히 다른 개체와 함께 하는 것을 생존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사람의 행복을 정의하는 요소는 쾌감이다. 쾌감은 우리 몸이 생존을 위해 보내는 일종의 신호다. 쾌감이 느껴지는 일은 우리의 생존을 높여준다. 식욕, 수면욕, 성욕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불행은 '사회적 고통'과 '사회적 영양실조'를 기반으로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또 하나의 주장은 유전적으로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더 자주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고, 타인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으며, 보상이나 즐거움을 즐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책의 저자는 사실 내향적인 사람들조차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어려워하는 것일 뿐, 그들조차도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더 높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저자는 행복을 산을 오르는 행위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좀 더 가벼운 짐으로 산을 오르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어색함, 스트레스, 두려움 등을 가득 담은 무거운 짐을 들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때문에 후자의 경우, 중간에 다시 내려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결국 산 정상에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행복이란 결국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학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행복론 

그럼 과학자가 이야기하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진화론적인 관점에 의하면 친사회적인 성향이 생존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충분한 관계가 성립되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느낀다. 행복과 불행은 결국 우리 몸이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 보내는 청신호와 적신호인 셈이다. 그러니 행복하고 싶다면 사람을 만나고, 살을 비벼라. 그럼 뇌에서는 사회적 쾌감을 대량으로 방출할 것이다. 


둘째, 인간은 적응을 한다. 적응은 어떤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 시간에 따라 감소하는 현상인데, 당장 비싼 가방을 소유하게 되어 얻는 행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과 같다. 모든 쾌락은 시간에 따라 소멸된다. 그래서 인간은 한 번의 큰 쾌락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껴야 한다. 한 번의 복권당첨보다 주말마다 가족과 자주 나들이를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나는 행복한가 

행복의 핵심이 쾌락이고, 인간관계라면, 과연 나는 이 관점에서 행복한가?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나는 21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횟수는 줄었고, 만나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며 멀어졌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가족과 분리된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나의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고 나에게 많은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셨지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지는 않으셨다. 어느 날, 어쩌면 외로운 마음에 방문한 집에서 하나뿐인 언니는 불편하니 썩 너희 집으로 가라고 소리쳤다. 솔직하게 말해 쫓겨나는 기분이 들어 그 뒤로 솔직히 말해 부모님과 언니가 함께 사는 그 집이 내 집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이 세상에 기댈 곳 없이 혼자 서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인간관계가 행복의 핵심이라면 확실히 내가 근 몇 년 동안 종종 느꼈던 우울감의 근원은 인간관계에서 시작된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부족해서,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없어서, 살을 맞댈 연인이 없어서 그래서 난 최근 불행하다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을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외향적이라고 말한다. 친구가 많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순히 행복의 기준이 인간관계라면, 정말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과학적 관점에서 보는 행복의 정의가 생존확률과 번식을 높이는 쾌락을 기반으로 한다면 매주 새로운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살을 맞대면 그 사람의 행복감은 채워질 수 있을까? 내 주변엔 그런 가벼운 관계를 가졌던 친구들도 있지만 그 기간 동안 그들은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나는 지금 조용한 카페에 혼자 앉아 창 밖을 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느 평범한 하루,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앉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꽤 충족감을 느낀다. 쾌감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인생의 한 페이지 중 어느 따스한 오후 정도로는 기억될 수 있는 그런 순간이다. 그 밖에도 난 혼자여서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혼자여서 자유롭다고 느끼기도 했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어서 충족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벗어나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인간관계가 행복의 핵심이고, 이는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관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인간관계가 행복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에는 공감할 수 있었고, 그 근원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관계의 깊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0명의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나와 마음을 잘 맞는 1명의 친구를 갖게 되는 것. 행복의 열쇠 중 하나는 바로 그러한 관계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워낙 독립적인 성격이라 쉽게 누군가에게 기대지 못하는 나의 성향이 내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인지 모르겠다. 



행복하기 위한 다짐 1.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난 원래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아닌데, 요 며칠간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해보았다. 그들의 안부를 묻고, 시험을 준비하는 이에겐 커피쿠폰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바쁘다는 이유로 가지 않았던 스터디 모임에 참여를 해본다. 솔직히 처음엔 충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아지는 약속일정에 약간의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우선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에, 그리고 만남을 소중히 여겨본다. 


지금의 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넓은 들판에 혼자 서있다는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언젠가 내 곁에 나와 함께 서 있어 줄 내 사람들이 생겨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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