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를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올리지 못했다. 게을러서라고 이야기할 순 없고 (난 글 쓰는 이 시간을 매우 즐기고 있으므로), 매우 바쁜 일상을 보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우선 7월 초, 약 1주일간 몽골 여행을 했고 (그 다사다난했던 여행기도 브런치에 공유하고 있으니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이틀 후, 부천에서 고양시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고 짐정리와 일을 병행하며 바쁘게 보내던 중, 설상가상으로 지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 몽골 여행이 끝나고 가져온 자잘한 부상들과 겹치면서 근육통과 심한 인후통이 동시에 나를 괴롭혀서 거의 4일간을 시체처럼 보내야 했다. 그렇게 모든 몸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니 어느새 7월이 훌쩍 끝나가고 있었다. 여러모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내 몸도 한번 제대로 액땜을 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오늘 올리는 글은 모든 바쁜 일정이 끝나고 드디어 여유를 찾은 내가 오랜만에 공유해 보는 아침식사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이사를 하고 난 후부터 내 아침을 책임지고 있는 가게와 메뉴에 대한 이야기다. 바로, 고양 삼송동, 삼송역 인근에 위치한 24시 무인 샐러드매장인 '투고그린'이다.
투고그린은 내가 새로 입주한 오피스텔 1층에 위치한 작은 평수의 가게다. 24시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내가 자주 가게를 방문하는 아침 시간대에 남자 사장님(또는 직원) 이 새로운 제품을 진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적은 있다.
요즘 24시 무인으로 운영되는 가게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샐러드 가게는 나에겐 꽤 낯선 것이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이 들어간 제품을 무인으로 판매한다고? 로스가 많지 않을까? 신선도 면에서 떨어지진 않을까? 그런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이 가게를 방문한 계기였다. 그런데 웬걸! 운이 좋았는지 첫 방문시간대가 아마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막 처리하던 시점이었는지 할인 제품들이 눈에 띄었고 그렇게 소소한 금액으로 나름의 FLEX! 를 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내 아침은 이 집 샐러드로 확정이 되어버렸다.
투고그린의 샐러드 메뉴는 종류도 다양한데, 새우 아보카도, 비프 샐러드, 그리고 과일 샐러드 이 3가지가 내가 특히 애정하는 종류들이다. 전체적으로 구성이나 조합도 좋고, 양도 적당해서 아침식사로 제격인데 요즘은 아침 일찍 창릉천을 따라 1시간쯤 걷고 돌아오는 길에 샐러드를 구매해서 아침식사로 해결하는 것이 나의 모닝루틴이다. 이때, 운이 좋으면 할인가격으로 샐러드를 구매할 수도 있는데, 그게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 종류라면 개인적으로 그날은 아침부터 "럭키!"를 외칠 수 있어서 기분이 2배로 좋아진다.
아침운동을 끝내고 샐러드가게에 갔더니, 오늘은 할인제품이 없었다. 대신 방금 샐러드가 채워졌는지 평소보다 제품들이 많았는데 처음 보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생연어아보카도! 난 연어도 좋아하고 아보카도도 좋아하는데 그 조합이라니!! 8800원은 이 가게의 샐러드 메뉴 중 고가에 속했지만 (보통 샐러드는 6000원대~8000원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세일제품도 없겠다. 오늘은 너다! 할인제품은 없지만, 오늘도 럭키한 하루의 시작이다.
샐러드와 함께 얼음을 잔뜩 넣은 유리컵에 제로콜라를 마시는 것 역시 나의 요즘 루틴인데, 특히 더운 날씨에 1시간쯤 걷다 들어와서 이렇게 마시는 콜라는 그냥 그 자체로 행복감을 안겨준다. 더군다나 이렇게 먹으면 꽤 포만감을 유지할 수도 있어서 지금 진행 중인 다이어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건강에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20대 후반이던 시절, 한 친구의 신혼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한창 신혼집 인테리어에 열을 올리던 친구는 과일을 찍어먹기 위한 집기 (내 기준엔 그저 작은 사이즈의 포크였던)를 비싸게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에 '왜 굳이? 과일은 그냥 이쑤시개로 먹는거 아니야!'라는 발언을 했다가 어느 시대 사람이라며 야유를 받은 적이 있는데, 요즘은 그 친구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는 중이다.
이사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간 곳에서 충동적으로 머들러(칵테일 스틱)를 구입한 것이다. 거기에 맞춰 예쁜 유리잔도 구입했는데, 사진처럼 콜라와 얼음, 스틱을 꽂아 마시면 정말 보잘것없지만 작은 행복감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니까 이렇게 별것 아닌 것에도 괜히 신경을 쓰는 것이 결국 내가 나 자신을 대접하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하나의 마음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투고그린에도 물론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바로 소스인데, 메뉴에 따라 다양한 소스가 있는 것은 아니고 모두 발사믹 식초로 통일되어 있다. (오늘 먹은 연어샐러드만 유일하게 다른 소스였다.) 거의 1주일 정도 꾸준히 투고그린의 샐러드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질리지 않고 잘 먹고 있지만 나중엔 좀 다를 수도 있으려나? 만약 그렇다면 시중에 판매하는 샐러드 소스를 따로 구입해 보는 등의 대안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매일 이렇게 샐러드를 먹다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먹고 바로 씻어서 버리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며칠이면 채워지는 쓰레기 박스를 보면서 약간의 죄책감도 같이 느끼는 중이다. 플라스틱을 씻어서 매장에 반납하면 다시 재사용한다거나 하는 방법은 위생법상 불가능한가?라는 생각을 괜히 하게 된다.
오늘 아침식사도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 오늘 소개한 24시 무인 샐러드 가게는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신선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이보다 좋은 사업모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나도 이런 사업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아침 식사를 마무리하는 걸 보니 확실히 난 어쩔 수 없는 사업가 DNA를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웃는다.
개인적으로 사장님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살짝 건의해 보건대, 가게 한편에 소스류나 운동할 때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텀블러, 건강한 간식 등 MD제품을 판매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제안해 본다. 그러니까 유통기한이 없는 제품들 말이다. 지금도 충분히 완벽한 사업모델로 보이지만, 소소하더라도 부수입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오지랖 같은 생각을 해보며... 오늘 아침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