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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베투 My Better Today Aug 22. 2024

[말타고 야외취침하는 몽골 어드벤처] 3번째 여행기

몽골의 첫 인상은 그냥 이거다. "우와..." 

3월 말에 패키지 여행을 신청했다. 7월 초까지 약 3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되는데, 하도 설레는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다녔더니 나중엔 "아직도 안갔어?"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그 정도로 이번 여행은 내게 큰 설레임으로 다가왔다는 의미다. 


오랜만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근에 난기류와 관련된 기사도 보고, 비행기 사고 소식이 크게 화제가 되었던 터라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순조롭게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내렸다. 사실 패키지여행은 처음이라 공항을 빠져나오고 가이드를 못 찾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큰 어려움 없이 게이트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국어를 조금 하는 몽골언니를 따라 공항을 빠져나왔는데, 난 그대로 '우와...' 하고 탄성을 지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드넓은 초원과 하늘이었다. 물론 주차장이 있지만 이렇게 높은 건물 없이 그저 평야만 있는 것을 본 게 언제였지. 아마 인생 처음이 아닐까. 한국은 워낙 고층건물이 많기도 하고, 시골을 가더라도 산이 많아 이렇게 탁 트인 풍경을 볼 일이 드물었다. '광활하다'라는 단어를 머리가 아니라 몸이 받아들이는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일에 지친 나에게 막힘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은 시작부터 만족감을 채워주었다. "역시 몽골 오길 잘했어."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 후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나 외에 다른 패키지 멤버들의 픽업까지 완료했다. 키가 매우 크고 건장한 체격의 내 또래 남자분과 귀여운 동그란 안경을 쓴 이제 막 20살이 된 대학생이었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가이드의 차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고속도로라고 하는데, 여전히 그저 광활한 초원을 따라 한참을 달리고 나니 왠지 저 멀리서 회색 구름을 내뿜는 공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영화 매드맥스에 등장하는 '가스타운'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그렇게 우리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우리를 어느 숙소에 넣어주곤 한국인 가이드가 픽업할 때까지 숙소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떠났다. 숙소는 방이 2칸 있는 아파트 같은 곳이었는데, 거실 책상에 심카드 3장이 놓여있었다. 아직 어색한 사이에 1시간 가량 숙소에 남아 있긴 뭐해서 나는 간단하게 근처를 구경할 겸 아침식사라도 하자고 제안했고, 다른 두 일행도 이에 동의해 우리는 일단 무작정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숙소를 나오니 그제야 몽골의 거리가 보인다. 사실 몽골에 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치안이었다. 난 혼자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의외로 겁이 많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매우 민감해서 어느 나라를 여행하듯 숙소에는 비용을 너무 아끼지 않도록 주의하고, 해가 진 후에는 다른 사람들과 동행하는 게 아니라면 외출을 피하는 편이다. 몽골이라는 나라는 워낙 낯설기도 하고, 의외로 사건사고에 대해서도 좀 들은 바가 있어 겁을 냈는데 역시 괜한 걱정이었다. (이래서 사서 걱정!이라는 말이 나오는거다.) 두 장정이랑 동행하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식당을 찾지 못해 한참 해매다 만난 현지인이 우리를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나는 마음의 벽을 허물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식당! 이른 아침이라 식당이 없기도 하거니와, 길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지금이 몽골의 축제 기간이라 문을 닫은 식당이 많다는 거였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를 배회하다 결국 포기하고 편의점에 가려는 찰나, 문을 활짝 열어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찐 몽골식 식당이었다. 너무 현지식이라 메뉴판에는 영어가 전혀 쓰여있지 않았다. 구글 번역기를 통해 메뉴를 읽을 순 있었겠지만, 우리 일행은 그저 감에 의존하여 메뉴를 시켜보기로 결심했다. 



몇 분 후 우리 앞에는 고기가 올라간 밥, 왠지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 김치찌개, 고기가 들어간 국물, 밀가루 면으로 만든 국수가 놓여져 있었다. 뒤이어 만두처럼 생긴 빵과 뽀얀 하얀색의 우유같은 음식까지 나오자 거한 한 상이 차려졌다. 생각보단 전체적으로 먹을만 했고, 사진 속 저 동그란 빵은 안에 만두처럼 고기가 들어있을거란 기대와 달리 그저 빵이었는데 다들 뜯어서 조금씩 먹더니 그냥 빵인데 왜 이렇게 맛있냐고 유레카를 외쳤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이 국수였는데, 전체적인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국수 자체의 밀가루 맛이 강해서 아쉽게도 내 입엔 그저 그랬다. 물론 기내식을 먹은 후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재미있는 건 바로 저 우유(?) 같은 메뉴였다. 메뉴를 시킬 때만 해도 뭔가 몽골스러운 염소젖 같은 맛을 기대했는데 아니 웬걸... 그냥 사골국물이다! 후추 뿌려서 호로록 마셔버리고 싶은 맛이랄까. 그 정체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다른 여행 후기들을 참고해볼 때, 우유와 차, 소금을 넣고 끓이는 수테차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한끼 거하게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가이드분들이 큰 대형버스를 끌고 우리를 맞아주셨다. 본격적인 패키지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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