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는 살바도르 달리, 그를 만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살바도르 달리 회고전’이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전시 중이다.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가 스페인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 공식으로 연합하여 기획한 이 전시는 ‘세계 3대 달리 미술관’에서 국내로는 처음 선보이는 원화전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의 대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시기별 대표 작품이 소개되며, 유화, 삽화, 설치작품, 사진 및 영상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이 전시는 달리의 작품 세계를 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그의 전 생애를 걸쳐 제작된 유화와 삽화가 소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제작했던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등 다방면으로 천재적인 면모를 보였던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 인생을 보여준다.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의 피게레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달리가 태어나기 전 세상을 떠난 형의 이름에서 왔다. 그만큼 그의 부모는 달리에게서 죽은 형을 겹쳐보았고, 이는 달리에게 정신적인 상처와 함께 정신 분열 증상과 이중성 등을 안겼다. 그 때문에 달리는 천재적인 화가로 칭송받는 동시에 괴짜 취급을 받았다. 달리는 후에 본인의 괴짜 같은 행동이 부모님에게 온전한 자신으로 인정받기 위함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살바도르 달리는 입체파의 영향을 받고 고전화에 관심을 보였으며, 피카소와 프로이트 등에 깊은 영감을 받아 초현실주의 화가로 거듭났다. 그는 인생의 뮤즈인 갈라로부터 영감을 받아 예술 활동을 했으며, 정통적인 화학 기법과 정밀한 소묘,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원근법 등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후에는 영화, 연극 무대, 패션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대가로 예술사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에 구성된 작품들은 스페인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미국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의 소장품이다.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는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달리의 신념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그가 구현한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은 총 10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의 연대기에 따라 구성된 듯했는데, 시기별로 작품을 정리해두어 달리가 인생의 어떤 부분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달리의 탄생과 유년기를 담은 1번 챕터를 시작으로, 살바도르 달리의 운명적인 상대 갈라를 만난 시기인 2번 초현실주의 챕터, 갈라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3번 챕터가 이어진다. 이 챕터들에서 그가 유년기에 시작했던 유화 작품을 시작으로 갈라를 뮤즈로 삼은 작품, 미국에서 달리가 시도했던 이중 이미지 기법 작품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4번 챕터에서는 달리가 출판업에서 남긴 돈키호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의 삽화가 전시되었다. 미국 생활을 종료하고 고향 포트이가트로 돌아간 5번 챕터에서는 달리가 포트이가트 풍경과 핵 신비주의 주제를 접목한 색다른 세계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를 이어 6번 챕터에서는 그가 사용한 수학, 과학적 착시 기법, 스테레오스코피 등을 활용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7번 챕터에서는 후기의 달리가 영향을 받았던 고전주의 미술 거장들이 작품 재해석을 통해 그의 경의를 찾아볼 수 있었다.
8번 챕터에서는 멀티미디어 영상 작품을 통해 그의 초현실적 세계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다. 대형 설치 작품인 9번 메이 웨스트 룸 챕터는 달리의 상상력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고, 마지막 10번 챕터에서는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고자 했던 달리가 여전히 예술과 사람들 사이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는 달리의 인생과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인상 깊었다. 특히 꿈에 대한 달리의 생각이 흥미로웠다. 하루에 주어진 24시간 중에서 22시간을 꿈속에서 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달리는 꿈과 무의식의 공간을 중요시하게 여겼는데,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넓은 광야가 그의 무의식의 공간인 듯했다.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 역시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일반적인 죽음은 받아들이지만, 달리의 죽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건 언젠가 자기가 죽는다는 걸 받아들이겠지만 달리라는 이름은 절대 죽지 않고 후세에도 남겨질 것이라는 말과 같았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작품과 예술혼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자신한 것에서 그의 광기가 느껴졌다. 결국 그는 여전히 우리 옆에 숨 쉬고 있으니 그의 예측이 맞은 것이리라.
달리는 단순히 괴짜라고 표현하기엔 재능이 풍부한 화가였다. 그는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뚜렷하게 알고 있었다. 그를 위해 그의 그림 속에 반복되는 장치들을 포함시켰고, 다양한 기법을 통해 그림 속에 사상과 생각을 담아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전시를 보는 내내, 달리가 자신의 유명세를 몸소 느끼고 확신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는 스스로 확신하는 재능을 널리 표출하기 위해 많은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사용했다. 이는 내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 나를 위해 뭔가를 해보자는 원동력이 되었다.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은 유료 온라인 도슨트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데, 그림에 따른 설명 혹은 일화를 이야기해주어 전시의 이해를 돕는다. 오프라인 도슨트 서비스도 있어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면 온라인 서비스라도 이용하기를 권한다. 길지 않은 적당한 길이의 설명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 풍성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새해를 여는 전시의 시작으로 강렬한 영감을 주는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을 추천한다.
[살바도르 달리전: Imagination & Reality]는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 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티켓은 전시장 매표소 혹은 다양한 예매처에서 구매 가능하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예방 수칙에 따라 접종 완료자 혹은 증빙서류를 지참한 미접종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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