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DREAM 'THE DREAM SHOW2 : In A DREAM'
(본 글은, 덕심을 최대한 자제하여 작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마음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니 이 점 감상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딱 그 모양이었다.
2022년 9월 8일. 그러니까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목요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NCT DREAM (이하 엔시티 드림)의 단독콘서트 The Dream Show 2 (이하 드림쇼 2)가 열렸다. 이 콘서트가 열리기까지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으니, 드림쇼 2야말로 인생사 새옹지마의 현대판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잠시 그 우여곡절에 대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엔시티 드림은 2019년 장충체육관에서 단독콘서트 드림쇼 1을 개최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룹의 시스템상 20살이 넘은 멤버는 졸업을 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그룹의 맏형인 마크가 이미 졸업을 한 상태로 6명의 멤버만이 콘서트를 진행하였다. 설상가상으로 그룹의 절반 이상인 4명이 그해 20살이 되어 졸업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실상으로 드림쇼 1은 엔시티 드림의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가 된 셈이었다.
그러나 그 후, 해체인 줄만 알았던 엔시티 드림은 2021년 6명의 멤버로 활동을 했고, 2020년 말 마크가 다시 팀에 합류하면서 7명 체제를 재정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2022년 6월, 7명의 첫 단독 콘서트 공지가 떴다. 여기까지가 희극.
팬이라면 무조건 가고 싶을 콘서트였다. 7명의 엔시티 드림이 선보이는 첫 번째 콘서트가 아닌가. 그것도 장충체육관보다 몇 배는 큰 규모의 고척돔에서 콘서트를 한다니,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그렇듯 내 편이 아니었고, 나는 티켓팅에 장렬히 실패했다.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몇 번을 시도해도 뚫리지 않는 서버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양심도 없는 장사치들 탓에 암표 가격은 몇 배나 부풀려졌고, 빈약한 내 잔고와 쓸데없이 비대한 자존심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넓은 고척돔에 내 자리 하나 없었단 말이었다. 여기까지가 비극.
하지만 현장에 내 자리는 없어도 온라인 생중계 서비스가 있었고, 무엇보다 이 콘서트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알기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멤버들의 말과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자신감은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고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갔다. 그런데 콘서트를 앞둔 어느 날, 멤버 마크가 코로나 19에 확진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래서 그를 제외한 6명만이 콘서트를 진행한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또 6명이었다. 7명이 함께 콘서트를 하는 걸 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침울한 마음을 숨길 수 없던 그때, 멤버 런쥔이 코로나에 걸렸다. 이번에 이어진 건 콘서트 취소 소식이었다. 여기까지가 또 비극.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이렇게 괴롭진 않았던 것 같다. 멤버들이 아프지 않기를 기도함과 동시에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돌아갈 수가 있냐고 역정을 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곤두박질쳤다. 그렇게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던 중, 기적처럼 콘서트 재오픈 공지가 떴다. 그것도 잠실 주경기장에서 이틀간 콘서트를 한다는 공지였다. 여기까지 다시 희극.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었다. 잠실 주경기장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콘서트장이고, 단독콘서트를 개최한 그룹이 몇 없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그런 곳에서 7명의 엔시티 드림 첫 단독콘서트가 열리는 것이다. 여기엔 무조건 내 자리가 있어야 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용납될 수 없었다. 내 손가락 하나에 내 모든 사활을 걸었다. 막학기 수강신청 때도 이렇게까지 간절하지는 않았는데.
6시간 같던 15분이 지난 후, 내 손에는 콘서트 양일의 티켓이 쥐어져 있었다. 드디어 티켓팅에 성공한 것이다. 티켓팅을 도와준 친구와 격앙된 목소리로 통화를 하자 실감이 났다. 아, 정말로 엔시티 드림이 콘서트를 하는구나. 그리고 그 콘서트에 내가 가는구나.
그렇다. 이 이야기는 나와 엔시티 드림 더 드림쇼 2 그 이틀간의 이야기이다.
우선, 엔시티 드림을 사랑하는 마음을 빼고 이 콘서트를 봤을 때도, 드림쇼 2는 콘서트 자체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콘서트였다. 팬들뿐 아니라 아티스트와 스태프들도 오래 기다렸던 콘서트인 만큼, 오래 공들였다는 티가 나는 공연이었다.
잠실 주경기장은 상당히 큰 공연장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올해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볼 일이 두 번 있었는데, 그때 느낀 잠실 주경기장의 장점과 단점이 바로 이 거대한 크기였다. 큰 크기 덕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규모가 너무 커서 좌석의 시야가 그렇게 좋지 않고, 그라운드와 좌석 간의 거리가 넓어 그 사이의 공간이 죽어버린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었다.
드림쇼 2는 이러한 공간적 단점을 완전히 보완했다. 우선 그라운드 내에 세 갈래로 뻗은 돌출 무대를 설치하고, 좌석 앞에 또 다른 돌출 무대를 설치하면서 큰 규모의 관객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본무대 양옆으로 대형 스크린을 달아 좌석 관객들의 시야를 확보하고, 그 양옆으로 두 개의 스크린을 더 달아 자칫하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관객들의 시야까지 배려했다. 또한, 그라운드와 좌석 사이의 넓은 공간을 토롯코 이동 경로로 사용하면서 주경기장 내의 공간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애썼다. 야외 공연장이라는 특성을 반영하여 풍선과 불꽃놀이를 적절히 활용한 연출 역시 인상 깊었다.
또한, 꿈속으로 다이빙한다는 컨셉의 드림쇼 1과 이어지는 컨셉 연출도 흥미로웠다.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 공연장에는 ‘잘 자’ 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을 엔시티 드림의 꿈속으로 초대하기 위해 일단 잠을 재운다는 설정이었다. 이러한 컨셉은 드림쇼 1과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 NCT ‘Dream’만이 가능한 콘서트라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콘서트 연출과 셋 리스트에서 이 콘서트에 단순한 무대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서사를 담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앞서 간단히 말했듯이, 엔시티 드림은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던 드림쇼 1 이후에 기적적으로 드림쇼 2를 개최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분기점을 맞이하는 순간인 만큼, 그간 엔시티 드림이 겪었던 난항과 그를 딛고 일어선 성장, 앞으로의 포부가 하나의 서사를 이뤄낸 것이다.
이를테면, 엔시티 드림 7명이서 내는 마지막 앨범(인 줄 알았던)의 수록곡 ‘Dear Dream’은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 같은 곡이었다. 그런데 콘서트에서 7명이 이 곡을 다시 부르면서, 이 노래는 새로운 시작을 함께할 팬들에게 전하는 뭉클한 메시지로 다시 태어났다. 또한, 엔시티 드림의 상징성과 같은 첫사랑 4부작을 (‘마지막 첫사랑’, ‘사랑이 좀 어려워’, ‘사랑은 또다시’, ‘마지막 인사’) 뮤지컬 무대로 완성하면서 엔시티 드림만의 색깔을 견고히 드러냈다. 이어서, ‘Hello Future’의 가사를 팬들이 함께 부르고 엔시티 드림 7명이 손을 잡고 등장하는 연출까지 콘서트의 흐름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래서인지 이번 콘서트는 내가 다녔던 여타 콘서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콘서트였다. 엔시티 드림은 데뷔했던 2016년에 비해 분명히 성장했으며 다시 하나가 됐다. 그렇게 이뤄낸 모든 것들을 보여주겠다는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의 진심이 콘서트에 가득 담겨있었다. 언제나 모호한 끝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던 엔시티 드림의 서사 속에서 이 콘서트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아내면서 분명한 분기점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드림쇼 2는 아티스트의 역량, 연출가의 연출, 무대 설치와 조명, 현장관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서포트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수준 높은 콘서트였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무언가에 열광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 커다란 공연장에 가득 모이게 했는가.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귀가 터질 것 같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는 같은 색깔의 응원봉이 들려 있었다. 그에 맞춰 환호하다가 어느 순간 눈물을 훔쳐내는 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엔시티 드림을 좋아하고 나서,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똑같은 질문이 있다. 도대체 왜 이런 목적지도 형체도 없는 사랑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저 즐기면 그만일 대중문화에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었고, 정확히는 소비에 대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사그라들 것이 분명한 감정에 이리도 열정적인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참 많이도 받았다. 언제나처럼 따라붙는 그들은 어차피 나를 모른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소위 덕질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감정과 행위는 조금은 특별한 사랑의 한 종류이다. 그중에서도 콘서트는 조금 더 특별한 콘텐츠 중 하나이고, 지독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내게는 드림쇼 2와 엔시티 드림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여름부터 한없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나는 점점 그곳에 잠식되어 가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엇이든 해보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뭔가를 해낼 기력조차 없어 금세 포기하고야 마는 하루가 반복됐다. 그 하루를 비집고 자라나는 자기혐오는 악순환의 굴레에 박차를 가했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도, 희망도, 의지도 그 무엇도 없는 나였다.
그런 내 눈을 뜨게 한 건 엔시티 드림과 그들의 노래였다.
어떤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때로는 이야기 한 번 나눠보지 않은 상대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무언가를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이해시키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르는, 그저 사랑이라는 알량하기 그지없는 단어로 묶여있을 뿐인 이 관계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익숙한 목소리가 전하는 가사 한 줄이 더욱 뭉클하게 와 닿는 날이 있다. 나에겐 엔시티 드림의 노래가 그랬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같은 노래를 들었던 과거의 내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고래’를 듣고 있으면 아르바이트 3개를 병행하던 뜨거운 여름날의 내가 떠오른다. 버스를 하루에도 몇 대씩 갈아타면서 쉴 틈 없이 일했던 그때가. ‘Trigger the fever’를 들으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매일 꾸준히 운동을 했던 내 의지가 떠오른다. ‘무대로’를 듣고 있으면 도통 풀리지 않던 조별 과제를 붙들고 밤을 새우던 겨울밤의 내가 떠오르고, ‘미니카’를 듣고 있으면 속상한 어느 날 정처 없이 걸었던 내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지금보다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내가, 웃고 울던 내 시간들이, 그리고 어떻게든 그 시간들을 버텼던 의지가 그 노래 속에 있었다. 아득히 지나버린 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공연장에 울려 퍼지던 노래 한 소절 한 소절 안에 내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노래 안에는 엔시티 드림의 시간이 있다.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절대 쉽지만은 않았다던 엔시티 드림의 노력과 성취, 때때로 느꼈을 절망, 그리고 열정과 의지가 그 안에 있다. 나는 콘서트가 진행되는 내내 그 복합적인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수많은 나를, 수많은 그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건 비단 나뿐 아니라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엔시티 드림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큰 공간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을 테니.
같이 뛰어놀자는 콘서트만 다녀봤던 나로서 드림쇼 2는 신선한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의 열정을 눈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나에게 상당히 큰 영향력을 끼쳤다. 그냥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이곳에 고여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드림쇼 2를 보면서 나는 어떤 시간들을 거쳐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깨달았다. 엔시티 드림이 그랬듯이, 나도 언젠가 더 높이 천천히 올라갈 수 있으리라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내가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 일방적이고, 영원하지도 않을 감정에 빠져 있는 내가 한심해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떤 진심은 눈에 보이기도 한다. 이틀에 걸친 콘서트의 끝에서 나는 그 진심을 눈으로 봤다.
엔시티 드림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리더 마크는 멤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고 말했다. 런쥔은 앞으로 더 당당한 팀이 될 테니 어디 가지 말고 옆에 있어 달라고 했다. 제노는 ‘Trigger the fever’ 무대를 하면서 불안했던 과거를 떠올렸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걸 알기에 다행이라고 했다. 멤버들이 있어서 다 버틸 수 있었다던 해찬과 팬들의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던 재민, 팬들에게 스스로를 위한 박수를 쳐주라던 천러,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같이 만들자는 지성까지 멤버들은 모두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했다.
관객석을 바라보던 재민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노래를 부르며 두 손을 꼭 쥐던 해찬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눈물을 훔치던 런쥔, 지성, 제노를 잊을 수 없다. 우는 멤버들을 계속 다독여 주던 천러를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멤버들을 바라보던 마크를 잊을 수 없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무엇이든 변하기 마련이다. 그 말이 맞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사랑은 인간이 깰 수 있는 가장 쉬운 약속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게 분명 있다. 그건 바로 순간의 기억이다. 그 순간에 그들은 진심이었다. 그걸 바라보는 우리도 진심이었다. 그 순간은 절대 진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렇듯 어떤 진심은 정말로 눈에 보이고, 그 순간은 오래도록 빛나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 과정에서 콘서트는 진심이 담긴 현장감을 전달한다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내가 잊고 살았던 내 모습에 대한 기억들이 노래 안에 살아 있듯이, 드림쇼 2의 기억 역시 오래오래 내게 남을 것이다. 콘서트에서 불렀던 노래를 들을 때면, 콘서트 영상을 볼 때면, 콘서트 사진을 볼 때면 그 순간의 기억들은 어김없이 되살아날 것이다. 그 언젠가 나의 마음이,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2022년 9월, 내가 그 공연장에서 질렀던 함성의 크기는 변하지 않을 테니.
그러니, 우리의 감정은 그 순간의 기억 안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나는 언젠가 그날을 떠올리며 무기력하게 서 있던 나를 반추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움직여보고 싶다고 마음먹게 한 일곱 명을 떠올리게 되겠지. 어쩌면 나는 그들을 좋아하는 시간 속에 나 자신을 저장해둔 걸지도 모른다. 그들과 함께하는 ‘나’의 시간들을 기록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드림쇼 2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추억으로 남았다.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이 콘서트는 ‘다시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콘서트는 불안한 시간을 견뎌왔을 엔시티 드림에게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정적인 발판이 되었고, 나에게는 고여 있던 내 인생을 다시금 흐르게 만들고 싶은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ANL'을 들으면 밤하늘에서 반짝이던 커다란 달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별밤’을 들으면 내 팔에 내려앉던 야외 공연장의 시원한 공기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나는 그들의 시간 안에 또 다른 ‘나’를 기록해두었다.
나 역시 언제나 스스로에게 궁금했다. 왜 나는 이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가? 이 감정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전에도 다른 아이돌을 좋아했다가 그만둔 적이 있으면서 또 이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제 그 답을 알 것 같다. 그 감정의 형태를 정의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엔시티 드림을 좋아하는 모든 순간들이 전부 나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내가 엔시티 드림 안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 추억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걱정하게 될 것이고,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을 느끼며 각자의 안녕을 바랄 것이다. 언젠가 사라져버릴 감정이라 할지라도 이것들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그렇겠지.
무엇보다 내 열정과 사랑이 다시 내게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걸 난 그 콘서트에서 분명하게 느꼈다. 내가 좋아한 만큼 엔시티 드림이 돌려줬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찬란히 빛났던 그들의 앞에서 나 역시 빛나고 있었다. 세상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평생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지금의 희극이 비극이 될지도, 지금의 비극이 희극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레 겁먹지 말고, 눈앞에 주어진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살아낸 순간들은 어떻게든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 잡는다.
2022년 9월, 엔시티 드림의 콘서트는 내게 행복한 기억을 선물했다. 엔시티 드림에게 그런 것처럼, 내 인생에도 이 콘서트는 우리가 아닌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크기의 분기점이 되었다. 콘서트가 끝난 지금까지도 짙은 여운이 남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엔시티 드림은 앞으로도 더 높이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제 더 이상 고여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언제까지나 이 기억들은 내게 초록빛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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