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사귈 뻔했다

길을 헤매도 다시 돌아오는 법

by 왼손별

언젠가 이런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다.


주인공 앞에 정답이 분명히 적힌 길이 놓여 있는데,

그는 자꾸만 다른 길로 새어간다.

가는 길이 너무 고되기도 하고, 유혹들은 쉽게 말을 건다.

사람들은 그런 주인공을 보며 답답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주인공에 이입이 잘됐다.


정답을 알면서도 방황하는, 딱 내 모습이었다.


12월, 만 가지 감정이 폭풍우처럼 밀려왔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사실도 버거웠는데,

전 남자친구의 결혼 소식은 애써 정돈해 두었던 마음을 다시 흐트러지게 했다.

그러면서 내가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게 됐다.


'일단 연애를 시작해 볼까?'

친구의 고백 앞에서,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하기로 했다.


선택지를 두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 나는 세 가지를 했다.


1. 복기(돌아보기)

KakaoTalk_20251230_153915337.jpg 2025년 회고

책상에 앉아 핸드폰과 다이어리를 펼쳤다.

1월부터 12월까지 나에게 있었던 중요한 사건들을 키워드로 적었다.

각각의 키워드를 자기 계발/관계(취미)/건강/신앙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눴고,

카테고리별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적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언제 무너졌고, 어디서 넘어졌는지가 보였다.


자연스레 내년 목표도 잡혔다.

그리고 내 기준도 다시 확인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연애는, 내가 선택할 방식은 아니었다.


2. 기한 정하기

다이어리를 펼치기 전까지는 주로 침대에 기대 음악을 들었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서였다.


나의 상황을 대충 알고 있던 엄마는 걱정하며 말했다.

"요즘 마음이 힘든가 보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딱 오늘까지만 힘들어할게요."

다음 날 눈을 떴는데, 신기하리만큼 정신이 말짱해졌다.


연말의 감정은 대개 과장될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시간을 두고 생각에 잠기기로 했다.

감정을 정리하니, 비로소 다음 챕터로 갈 수 있었다.


3. 몸을 움직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감성이 따로 놀 때가 있다.

'머리로는 아닌 걸 아닌데, 마음이 그게 잘 안 된다.'

그럴 땐 몸을 머리가 가는 곳으로 두면 된다.


내년도 계획을 마무리하고 몸이 향한 곳은 헬스장이었다.

헬스장 PT 수업을 등록했다.


뿌듯하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또렷하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바라봤다.

나에게 지금 중요한 건 연애가 아니었다.

1년, 2년 늦어지더라도

10년, 20년 함께할 사람을 조금 더 신중히 선택해 보기로 했다.


2025년,

하마터면 기준을 잃을 뻔했던 나에게,

그래도 끝내 돌아오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