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받은 고백

결혼이라는 문턱 앞에서

by 왼손별

"우리 사귈래? 사귈까? 만나보자."

누군가에게 그토록 듣고 싶던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서 들었다.

누군가는 10개월을 고민하던 결정을, 다른 누군가는 3일 만에 내렸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상했다.

하필 또 크리스마스였다.


작년, 자그마치 열다섯 번의 이별을 한 뒤,

연애를 시작하는 일이 유독 어려워졌다.

또다시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배우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적당히 괜찮은 마음으로는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올해는 유독 좋은 분들과 인연이 많이 닿았지만 연인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누구는 밥을 너무 적게 먹었고,

누구는 전화를 지나치게 자주 했다.

누구는 체격이 왜소했고,

누구는 술자리가 잦았다.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고르고 또 골랐다.

옆에서 나의 연애사를 듣던 엄마는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이 남편 찾기보다,

내 결말이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소중한 마음을 함부로 재단한 벌이었을까.

정작 내가 마음이 간 사람은 내가 말해왔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편식을 하는 모습도 미워 보이지 않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가 귀찮기보다 반가웠다.

운동을 안 한다 해도 괜찮았고,

같이 하는 술자리가 늘 즐거웠다.


내 마음이 왜 끌리는지 이유를 찾으려 애썼지만, 끝내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과도 연인으로 발전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을 만났다.

동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몇 번 얼굴을 본 사이였다.

“둘 다 여자친구, 남자친구 없으면 둘이 만나봐.”

친구들의 말에 우리는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지.”

그렇게 연락을 이어갔고, 생각보다 빠르게 고백을 받았다.


올해는 유난히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그 사실이 감사하다가도, 여전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확신 없이 시작하는 연애가 두렵고,

확신을 기다리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나도 낯설다.


어쩌면 나,

결혼이라는 문턱 앞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법을 잊어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