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날 있잖아

by 상현

왜 그런 날 있잖아. 날이 너무 좋아서 나가지 않으면 왠지 억울한 그런 날 말이야. 날씨가 좋든 나쁘든, 햇빛이 비치든 비가 오든 원래 잘 안 나가지만 우연히 한번 올려다본 하늘에 가만히 방 안에 있으면 무언가 손해 보는 느낌이 나는 날 말이야. 생각해보면 어제도, 그제도 같은 날씨였지만 유독 오늘만 특별하게 다가오는 날 말이야.


그런 날이었어. 창문 한번 열어보곤 뒤돌아 서는데 어두침침한 방이 눈에 들어온 거지. 다시 창밖을 내다봤어. 하늘엔 구림이 없고 미세먼지도 없었어. 순간 '이건 나가야 돼'라는 생각이 들었어. 바로 외출할 준비를 했지. 그런데 이렇게 좋은 날 불러낼 누군가도 없고 딱히 갈 만한 장소도 없었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1층 현관을 나온 다음 한참 동안을 서 있었어. 어디로 가지?


다행히 집 옆에 작은 공원이 있었어. 그곳에 가 한 바퀴 둘러보고는 눈에 보이는 아무 벤치에나 앉았어. 작다고 했지만 사실 작은 공원은 아니야. 폭은 얼마 되지 않는데 엄청나게 길어. 두 개의 왕복 4차선 도로 가운데에 위치한 그런 곳이야. 그래서인지 이름도 중앙공원이야. 영어로 하면 센트럴파크Central Park지. 센트럴파크 하면 뉴욕에 있는 유명한 곳도 있지. 그곳처럼 이곳에도 나무가 있고 연못도 있고 새도 있고 나무 너머로 건물들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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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데 들리는 소리가 있었어. 새소리. 돌이켜보니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거 같아. 가만히 눈을 감고 새소리를 들었어. 시원하게 바람도 불어서 나뭇잎끼리 비벼지는 소리도 거들었지. 자연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었어. 좋았지. 그런데 듣다 보니 다른 소리들도 있었던 거야. 자동차 소리. 공사장의 중장비 소리가 쉬지 않고 끼어들었어. 맞아. 이곳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 마치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그래. 뉴욕에 갔을 때도 느꼈던 것 같아. 나무들 뒤로 보이는 거대한 마천루들. 아깐 무심코 넘겼지만 이곳에도 크기만 작았지 나무들 너머로 건물들이 보였어.


자연스럽지 않은 풍경이라 생각했어. 뭔가 바뀐 거 같지 않아?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는 나무들이라. 도시의 소음 속에서 의도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새의 지저귐처럼 주인이어야 할 것들이 더 이상 주인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어. 날씨가 너무 좋아 나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콘크리트 천장 아래에서 벗어났는데 실제로는 벗어난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묘한 느낌에 시달렸어. 그런 묘한 느낌 속에서도 공원 벤치에 앉아 그 모든 풍경들을 보고 소리들을 듣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어. 다행이다 싶었던 것이 창문을 통해 봤었던 하늘, 저 높고 푸른 하늘은 그대로 위에 있다는 사실이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그 비싼 땅에 공원을 만드나 봐. 정말 가끔이라도 원래 주인이었던 것을 떠올려 볼 수 있게 말이야.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부리느라 하늘을 늦게 봤고 외출이 늦었고 어느새 일하러 갈 시간이 되었어.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웠지. 이런 시간을 더 길게 즐길 수 없게 하다니. 그래도 늦은 출근 덕분에 잠깐이라도 높은 하늘을 보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다음을 위해서. 나가지 않고는 못 베기는 그런 날이 또 올 것을 대비해서 자동차 소리, 기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런 곳을 찾아놓아야겠어. 이 도시 속에서 말이야. 그러면 그 좋은 날을 더욱더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그런 곳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