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 잘 자니?

내 하루에 대한 본능적인 반성

by 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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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네 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었어. 자려고 누웠던 것은 두 시였는데 말이야. 자리를 잡고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면 요란한 생각들이 머리를 막 때려. 생각을 먼저 잠재우고자 손에 쥐는 것은 스마트폰이야. 그것이 잘못된 선택임을 잘 알면서도 늘 그런 식으로 흘러가. 남들 SNS 들어가 구경하고 그러다 보면 재밌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그것을 보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도 들어가 보고 그래도 할 게 없으면 유튜브로 가지.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전자기기의 불빛에 눈물이 마르고 충혈되고 눈을 감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서야 진짜로 잠을 자곤 해. 오후 네 시 출근.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압박감이 없다 보니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야. 딱히 불면증은 아니야. 스마트폰을 손에 쥘까 말까 고민하는 그 순간을 넘기면 이내 잠이 들고 말거든.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아. 6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9시, 10시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10시, 11시. 늘 잠이 부족하기에 일찍 자야 하지만 그때도 일찍 자면 새벽 1시였어. 그나마 다음 날 아침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억지로 잠에 든거지. 그렇게 월화수목금요일을 보내고 나면 금요일 저녁에는 정말 많이 피곤해. 그래서 몇 시에 자는 줄 알아? 빠르면 세네 시, 어떤 때는 다음날 해가 뜨는 것을 볼 때도 있어. 그러면 토요일엔 점심을 훨씬 넘은 시간에 일어나지.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고 또 늦게 자고 일요일 밤에는 일찍 눕지만 잠이 안 와서 미치지. 많이 잤거든. 억지로 억지로 잠을 자. 세 시간, 네 시간 자고 일어나 또 다른 한 주를 시작하면 시작부터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어. 그런데 또 그런 하루가, 일주일이 반복이 되지. 밤에 잠 안 자고 뭐하냐고 물어보면 이렇다 설명해줄 특별한 것은 없어. 분명한 것은 생산적인 일 같은 것은 전혀 아니었다는 거야.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어. 퇴근하자마자 바로 잠이 들면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잖아? 하루가 그렇게 끝나는 것이 너무 아쉬웠던 거지. 그래서 쉽사리 잠을 자지 않고 버텼던 거야.


근데, 백수로 지내보기도 하고, 6시에 칼퇴하는 일을 하면서도 크게 달라지지가 않더라. 시간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었어. 그런 생활을 10년 정도 해보고 가끔 반성도 하면서 살다 보니 그 문제의 원인을 알겠더라. 시간이 아까운 거였어. 그저 낭비해버린 시간들, 내일의 나를 위해 무언가 더 준비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러버린 시간들이 아까운 거더라. 그렇게 시간을 아까워하면서 늦은 잠을 자도 그 시간만큼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함정이지만 말이야.


그래도 10년 동안 매일같이 그랬던 것은 아니야. 무언가를 배우고자 학원에 다닐 때, 공부를 할 때, 글을 쓰며 마감을 끝냈을 때, 운동을 했을 때에는 일찍 잠을 이뤘던 것 같아. 그날 하루에 아무거라도 충실히 살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일찍 잠을 이룰 수 있었어. 아마 잠들 때마다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찾아오는 건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지 말라는, 허무하게 보내버린 하루를 되돌려보라는 신호일 거야. 그리고 그것은 니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고 싶은 의지가 있기 때문이지. 지금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고 있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봐. 잠 못 드는 그 시간이 너의 하루에 대한 평가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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