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이것저것 버리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 그 얼마 안 되는 것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지 자꾸 가지고 있는 것을 줄이고 있습니다. 딱히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용하지도 않은 채 먼지 쌓여가는 모습이 보기 싫었는지도 모릅니다. 쓰지도 않는 물건에 집착하는 제 모습이 더 싫었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책을 정리했습니다. 몇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도 정리하지 않았던 책들입니다. 가뜩이나 무거워서 이사 때마다 힘들다 힘들다 외쳤던 책들입니다. 중고서점에 팔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드림도 하고 버리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정리를 하고 나니 이제 두세 박스면 담을 수 있을 정도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더 정리하려고 합니다. 정말로 정리하고 싶지 않은 책들만 한 박스 이내로 추리려고 합니다. 책을 정리하다 보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그냥 버리거나 주기에는 아까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읽어보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 독서량이 부쩍 늘었습니다.
옷들을 정리했습니다. 언젠가 입겠지 하고 쟁여놓았던 옷들을, 지난 1년을 보내며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을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심지어 5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많은 옷을 비워 내니 옷장에 있는 옷들이 드디어 숨을 쉬는 것 같습니다. 매일 똑같은 옷만 입게 되는 건 아닌지 순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똑같은 옷들만 입고 있었습니다.
몇몇 주방도구들을 정리했습니다. 신발과 가방, 이불을 정리했습니다. 책이 빠진 만큼 책장도 정리할 겁니다. 옷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 옷걸이들을 정리할 겁니다. 자꾸 버리다 보니 버리는 것에도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정리하는 것도 일입니다.
온갖 짐들을 정리하다 생각해 보니 한 가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차 한 대로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을 만큼만 가지고 싶습니다. 잦은 이사에 따른 고단함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가지고 있는 것들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이 싫은가 봅니다. 사실 어디론가 또 떠나고 싶은 것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래로 한 곳에서 2년 이상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그런 삶이 지속되다 보니 그것이 나의 삶인가 생각됩니다. 지금의 장소에 머무른 지 2년을 향해 달려가면서 또 옮겨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러하고 싶습니다.
계속 떠나고 싶어 지는 건, 지금 이곳에 머물러야 할 강력한 유인이 없기 때문이겠죠.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가벼워지고 싶습니다.
오늘도 가진 물건 중의 일부를 버립니다.
아, 그러나, 아직도 가진 것이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