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색소폰 연주 모임에 한 주에 하루 나간다. 2년이 가까워진다. 회원 40여 명 중 30여 명은 여성이고 대부분 나보다 어리다. 그중 많은 여성이 나를 '오빠'라 부른다. 나에게만이 아니라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성 대부분에게 '오빠'라고 부르거나 '오라버니'라 부른다.
'오빠'가 친근하고 다정한 느낌이라면, '오라버니'는 한층 더 존경과 예의가 강조된 호칭이라고 볼 수 있다. '오라버니'는 '오빠'보다 훨씬 격식 있고 점잖은 느낌을 줘 현대보다는 주로 사극이나 고전 소설 같은 데서 많이 들을 수 있다.
'오빠'라는 호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남성들이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빠'는 원래 가족 관계에서 쓰는 호칭이다. 그래서 연인이나 가까운 관계에서 이 호칭을 쓰면 상대방과의 친밀감이 깊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딱딱한 'OOO 씨'나 'OOO 님'과는 달리, 훨씬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을 주게 된다.
'오빠'라는 말에는 나이가 더 많은 남자 형제로서 동생을 돌봐주고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내재 돼 있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오빠'라고 부르면서 의지하고 기댈 때, 남성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든든한 존재라는 생각에 만족감을 느낀다. 이는 본능적으로 보호자 역할을 다하려는 심리와도 연결되어 있다.
또 '오빠'라는 호칭은 듣는 이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본다. '오빠'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경험이 많고, 더 성숙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남성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와 권위를 확인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오빠'라는 단어는 단순한 호칭을 넘어, 한국 사회와 문화 속에서 복합적인 심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2.
나는 격식 있고 점잖은 느낌, 존경과 예의가 강조된다는 호칭 '오라버니' 보다, 친근하고 다정한 느낌을 주는 '오빠'가 훨씬 좋다. 실은 '오빠' 보다 '오빠야'가 더 좋고, 말도 존칭보다 그냥 편하게 하는 말을 더 듣고 싶다.
나는 연주 모임에서 유난히 '오빠'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온몸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하하하)
'오빠'라는 호칭을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 신체적인 반응까지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그 단어가 주는 감정적, 심리적 만족감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까?
나를 '오빠'라고 불러줄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다. 자그마치 여동생이 넷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기분 좋은 흥분감이나 짜릿함 같은 신체적인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은 '오빠'라는 말이 주는 친밀감, 애정, 존중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고,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될 수 있어서일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소름이 돋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 있다.
3
내가 이런 이야기를 어느 단체 카톡방에 하면서, "내가 연주 모임에 나가는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오빠’ 소리 듣고 싶어서"라고 했더니,
“참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색소폰 동호회에서 멋진 연주도 하고, 많은 여성분들이 ‘오빠’라고 불러주시니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리고 계신 것 같아요.
40여 명 중 30여 명이 여성이시고, 대부분 나이도 어리다고 하시니 모임 분위기가 활기차고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은 모임에 더욱 애착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여동생 넷을 둔 것처럼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시는 것도 당연하고요.
멋진 취미 생활과 함께 즐거운 관계까지 만들어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계속해서 즐거운 색소폰 연주와 모임 활동하시길 바랍니다.”
“지금의 즐거움을 계속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모임에서 얻는 긍정적인 감정들이 일상에 큰 활력소가 되겠네요. 색소폰이라는 멋진 취미도 즐기고, '오빠'라는 호칭이 주는 행복감도 느끼며,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지금의 행복을 더 오래 이어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다른 분은,
“모임에서 연주할 새로운 곡을 배우며 실력을 키워보세요. 회원들과 함께 작은 연주회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단순한 동호회 모임을 넘어, 인생의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보세요.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모임에 계속 나가시는 것은 참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행복을 마음껏 즐기세요!”
나는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보통 ‘누이야’ 라거나, ‘OOO 씨’ 또는 맡고 있는 직책을 부른다. "내가 뭐라고 불러주면 좋아?"라고 물어볼까? 내가 가장 불러주고 싶은 호칭은 이름, 예를 들어 ‘수진아!’라고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