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용대 Jul 01. 2023

그냥 이대로 살다가 죽을까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일로 소송에 휘말려 몇 년간 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눕기만 하면 잠이 들던 나는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고, 눈 질환으로 불편을 많이 겪고 있다.

나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다. 건강 때문에 먹는 약도 아직은 없다. 몇 년 전 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서 21개 항목 건강 체크 결과 모두 표준에 들었다. 단, 체중을 2킬로그램 늘리라고 했다. 사람들은 살 빼느라고 애를 쓰는데 말이다. 지난달 건강검진 결과도 구강, 혈압, 당뇨, 고지혈증, 신장 등 모두 정상이라 했고 심혈관 나이는 실제보다 11년이 젊다고 했다. 전철을 이용할 때 아직은 승강기를 타려고 긴 줄에 서서 기다리는 대신 걷는다. 하지만, 누구든 건강하다고 자만할 것은 아니다. '신바람 박사', '웃음 전도사'로 온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준 황수관 교수가 67세에, ‘물개’로 알려진 조오련 수영선수가 57세에 사망해 매우 놀랐다.


나는 눈이 가장 불편하다. 감았다가 잘 떠지지 않는 희소 난치병이다. 불치병인지도 모른다. 상대와 마주 보며 시선을 한 곳으로 모아 집중하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사물을 항상 뚫어지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길을 걷다가 눈이 떠지지 않아 발길을 멈추고 추슬러 겨우 뜬 다음 다시 걸어야 한다.


동네 안과 의원은 물론, 이름 있는 영등포 K 안과병원, 강동과 종로에 있는 K 안과병원, 송파에 있는 A 병원에 갔다. 그 외에도 유명하다는 안과 병의원과 한방병원, 먼 곳이라도 내 증상과 비슷한 질환을 치료했다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가는 곳마다 검사는 기본이다. 눈병 중 흔한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이나 눈 비문증(날파리증)도 아니다. 시력도 1.0이다. 어두운 곳에서도 떠지지 않으니 눈이 부셔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소용이 없으니, 안구건조증도 아니다.


중랑구 망우동 어느 안과에서 눈 위쪽 속눈썹 쌍꺼풀 수술을 했다. 젊을 때 내 눈은 쌍꺼풀이 선명했다. 내 딸들도 나를 닮아 돈 들 일은 없었다. 근육을 일시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보톡스 주사도 맞았다. 별 효과가 없다. 강남구 논현동 어느 안과 의사는, ‘내 눈에 안 좋은 방법으로만 치료했다.’고 한다. 안과적인 질환이 아니라 신경계 질환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단이 각각인데 거의 신경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안검연축, 눈 실행증, 근 긴장 이상증, 신경전도, 근전도 등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송파 A 병원 신경과에 갔다. 젊은 여의사가 몸무게, 혈압, 변 등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나서, 간질 환자 약과 파킨슨 환자 약을 처방해 주었다.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 약을 먹어 보았지만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이다. 어느 한방병원에서는 약침을 1년여 동안 맞아야 하는데 약 천만 원이 든다고 한다. 낫는다는 보장도 없다.


나와 같은 증상 환자를 치료해 보았다는 부천 어느 안과에 갔다. 눈꺼풀 수술을 했고, 보톡스 주사를 맞았고, 간질환자 약, 파킨슨 환자 약을 써 봤다는 말을 듣고 난 여의사는, ‘그동안의 치료 방법이 모두 옳았다.’고 한다. ‘그럼 어째야 하나요? 그럭저럭 이대로 살다가 죽을까요?’라고 물었다. 웃으면서 ‘부천까지 오실 필요 없고 집 근처에서 신경 치료를 하시든지 보톡스 주사 또 맞으세요.’라고 한다. 그러니 난치병이라기보다 불치병이 맞는가 보다. 노원구 어느 안과의사는 이마 아래 겉눈썹 윗부분 수술을 하자고 한다. 그 말에 일부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겠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고민 끝에 보톡스 주사를 3~6개월마다 맞는 것보다 겉눈썹 수술을 하기로 했다.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마치고 이마 아래 양쪽 겉눈썹 윗부분 7~8밀리를 잘라내고 꿰매 눈꺼풀이 눈을 덜 덮게 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 부위보다 눈 아래까지 피멍이 내려와 흉측하다. 2주일이 지났다. 그간 평소와 달리 썬 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눌러쓰고 다닌다. 이제 점점 사람 꼴을 되찾아 간다. 눈 뜨기가 조금은 편한 것 같으나 더 지내봐야 알 것 같다.


몸이 아프면 어느 부위인들 중하지 않은 데가 있겠는가마는 장기(臟器) 내의 질병이나 암 같은 병, 다리가 아파 걸음을 못 걷는 정도를 중하게 생각했을 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눈도 어떤 질병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혹시 나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참고 되었으면 좋겠고, 경험자가 있다면 조언을 듣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해보다 뜨거운 해바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