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엄마의 진심
11월에 태어난 아이는 또래보다 발육상태가 빨랐고, 늦은 생일에도 빠르게 성장했다. 손은 매웠고, 친구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절대 친구에게 힘을 쓰지 말라 가르쳤다. 복싱이 하고 싶다는 3살 된 아이에게 복싱을 가르쳤다. 하지만 아직 힘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먹질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태권도나 복싱 같은 운동은 절대 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큰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주먹을 내지 않았고 아빠는 맞으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지금, 내 아이가 흔들린다. 이길 수 있어도 싸우지 않고 늘 당하고 왔다. 그럴수록 상대는 힘을 과시했고 아이는 작아졌다. 본인의 것을 빼앗겨도 내어 주고 겁이 나서 돌려 달란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해결해 주기를 원하지만 부모는 언제까지고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같이 주먹질을 하라고 시킬 수도 없다. 지금 부모의 대처가 앞으로의 아이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믿고 기다려야 한다.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작아진 자존감을 높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
한 나무에 핀 꽃들도 다 같지 않고, 한 가지에 핀 꽃도 순서를 달리한다. 빨리 피어 더 오래 피어 있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봉오리도 피지 못하고 떨어진다. 이는 견뎌내는 힘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 힘은 자존감에서 나올 것이고 이 힘의 원천은 부모가 될 것이다.
화려하게 피었던 꽃도 언젠가는 지게 되고, 펴 보지도 못하고 떨어질 것 같았던 꽃봉오리도 언젠가는 펴서 크든 작든 스스로를 내보인다. 포기하지 않고 견딘다면 떨어지지 않고 기어코 꽃을 피워낸다.
너는 늦게 피어날 꽃이고 배움을 익힌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네가 약하고 모자라서가 아니라 아직 출발점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섭고 포기하고 싶을 때는 네가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던 때를 생각하라. 물에 발도 못 담그던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버티고 배워서 피어날 때까지 너의 뒤에는 항상 엄마, 아빠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엄마 아빠는 늘 한 발짝 뒤에서 너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도움이 필요할 때는 뒤를 돌아보아라. 그곳에는 항상 엄마 아빠가 너를 지키고 있을 것이니 무너지지 마라. 우리는 다시 너를 안아 더 멀리 날아갈 용기를 줄 것이다.
무섭고 작아질 때는 네가 얼마나 엄마 아빠에게 소중한 사람인지를 생각해라. 넌 세상 누구보다 크고 아름다운 빛이니 주눅 들지 말아라.
“너는 혼자가 아니야. 엄마 아빠는 너를 지탱하는 뿌리이고, 너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 날 활짝 피어날 아름다운 꽃이란다.”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엄마가 잠드는 것이다. 언제나 약에 취해 잠든 엄마를 보면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소리 지르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커갈수록 엄마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엄마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내 아이에게 엄마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세상 누구보다 가장 많이 널 사랑한다고, 이 어려운 글을 5살 난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했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을 때 아이는 와락 나를 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뒤로 내가 아무리 화내고 분노를 표출해도 아이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엄마는 나를 미워하지 않아. 우리 엄마는 조금 아플 뿐이야. 엄마는 내 뿌리이고 나는 아름답게 피어날 엄마의 꽃이야.” 그 어떤 어려운 말도 진심은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