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마

01.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주소식

by 마담살롱

나는 어릴적부터 한부모가정에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때가 되면 부모님과 손잡고 여행가는 친구들이 참 많이도 부러웠다

그래서 그 마음을 표출할 길이 없어 할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참 많이도 했다


“나는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잖아! 누구하나 내 삶에 관심이 없잖아!“

“대신 너는 내가 있잖아” 할머니가 대답했다

“할머니는 할머니일 뿐이야! 할머니가 내 엄마는 아니잖아!”


30년 넘는 인생을 살면서 가장 후회 되는 순간이였다

안되는줄 알면서도 난 늘 그렇게 날이 선 말을 건냈다


“넌 좋겠다. 엄마가 많잖아. 너처럼 살고 싶어“


한창 예민하던 학창시절에 내 상황을 아는 친구들이 건네는 말은 나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원래 성격이 예민하고 처한 상황이 그렇기도 해서 앞에서는 늘 세상 밝은 아이로 살면서 뒤에서는 늘 우울증 약을 복용하곤 했다


어릴적부터 난 늘 불안했다

누군가에게서 버림받을까봐 항상 조마조마했고 그런탓에 착한아이컴플렉스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 마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지속됐다

사실 ‘아이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갓난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나만 바라보는 아이가 두려웠다

엄마의 부재속에 자란 나는 엄마가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쑥 불쑥 두려웠다


아이가 자라고 이제 좀 행복해질까 싶을때쯤 남편의 해외발령이 내려졌다

기간도 알수 없는 이별의 시작


“니는 언제쯤 가노?”

“아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좀 묻지 좀 마!“


할머니의 물음에 난 항상 짜증 섞인 말로 대답했고, 난.. 그래도 되는줄 알았다

언제라도 항상 내곁에 있을줄 알았다

매일 걸려 오는 전화가 나에겐 스트레스였고 전화 좀 하지 말라고 늘 화를 냈다

전화를 한번에 받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해 보라고 닥달하는게 너무나도 싫었다

매일 증손주를 보겠다고 집에 찾아 오는게 싫어서 키 내놓으라고 늘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가족 이주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드디어 가는구나 행복하던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고모였다

“지금 집으로 좀 와라. 할매 암이란다. 방광에 암덩어리가 가득해서 서울병원으로 가란다.”

“응? 왜? 할머니가 왜?”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았지만 손이 떨리고 앞이 보이지 않아 몇차례 사고를 낼뻔 하고서야 겨우 도착했다

나를 본 할머니가 말한다

“니까지 와 왔노, 괜찮다, 아 감기 걸리구로 와 왔노“

꺼이꺼이 올라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고 고개를 돌렸다


내 기억으로 일년이 좀 넘은것 같았다

소변 보는게 시원하지가 않고 피도 나고 약을 먹어도 그대로라고 너무 아프다고

그때도 난 짜증만 냈더랬지

나도 방광염을 달고 살아 늘 먹는 크랜베리 알약을 건넸다

“원래 아파. 아프면 바로 가서 검사하고 약 먹어. 아무 약이나 그냥 먹으면 균이 숨어서 제대로 치료가 안돼“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때부터였을거 같다

그때 내가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이지경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모두 내탓인것만 같았다


갑자기 지갑을 뒤지던 할머니가 키를 건넨다

“자, 이거 때문에 니랑 내랑 참 마이도 싸웠제? 이제 내가 갈 힘이 없을거 같다. 가가라”

할머니가 매일 오는게 싫어서 비밀번호도 바꿔보고 싸워도 보고 절대 내놓지 않던 키를 내놓는다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서울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괜찮을거다, 괜찮을거다

이때까지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이 생각나 견딜수가 없었다

“내가 마이 아프데이, 아가 너무 보고 싶은데 한번 와줄래?”

“오늘 바빠서 안돼, 다음에 갈게”

택시 타고 왕복 2만원이 넘는 거리를 할머니는 매일 와서 증손주 얼굴을 딱 한시간만 보고 가셨다

그러다 점점 돈이 궁해지자 이틀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그

이후에는 와달라고 했었다

아빠랑 노는게 좋아서 엄마랑 노는게 좋아서 그때마다 난 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제 가슴치며 운다, 내가 했던 모든 행동들에 후회하며…..


애가 어린이집 간 사이에 전화했더니 많이 아프다고 하신다

그럼 진통제라도 한대 맞고 오자고 병원으로 향했다

교수를 만나 다시 묻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암중에서도 제일 독한 놈이예요, 잔뜩 성이 나 있어서 잘못 건들면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모양도 좋지 않네요. 아마 근육층까지 침범했을거 같아요“

너무 힘들어 하시니 진통제라도 달라고 말하고는 링거 두대 먹는 진통제를 처방 받았다

링거를 맞으시며 할머니가 물어온다

“내 암이라나?”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응..”

그 좁은 침대에서 90을 바라보는 노인이 몸을 웅크리고 조용하지만 큰소리로 꺼이꺼이 울음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