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마지막 기차
피 말리는 시간이 시작된다
하루라도 빨리 현재 진행 상태를 알아야 했다
첫 진료를 보았던 병원에서 가장 빨리 외래 진료가 잡히는 곳으로 진료예약을 잡아줬다
앞으로 3주, 암이 아닐 수도 있다고 아니 암이라고 하더라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매일을 눈물로 기도한다
피가 쏟아진다고 아프다고 할머니는 고통을 호소했다
동네 주민과 병원을 갔다가 암을 발견한 것이라 가족 중에 누구 하나 상태를 아는 이는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병원을 방문했다
할머니를 보자마자 간호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폭풍 잔소리를 쏘아 부친다
“할머니, 원래 하고 나면 아프다고 내가 말했잖아요! 건강한 사람도 내시경 하면 피나고 아프다고! 그걸 못 참고 자꾸 병원에 오시면 어떡해요! 서울 가시라고 예약 잡아 드렸는데 그새를 못 참아서, 아휴! “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할머니를 복도 끝 자리에 앉아 계시라고 하고 간호사에게로 향한다
“저기요, 너무 막 하시는 거 아니에요?”
“내가 뭘요? 이번에는 또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원래 며칠은 피나고 아프다고 그렇게 말해도 말귀를 못 알아먹고, 좀 참으라니까”
“가족입니다! 손녀예요, 왜?! 80 넘은 노파가 가족도 없이 오니까 그렇게 만만해요?”
그제야 간호사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라 어쩔 줄 몰라하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간호사가 본인이 담당하겠다며 나를 잡아 끈다
“제가 다 설명해 드릴게요, 환자분이 하신 검사는 방광내시경이에요. 요도에 방광경을 넣어 보는 건데 건강한 사람도 하고 나면 며칠 동안은 아프고 피가 날 수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 같은 경우는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요도가 너무 좁아져 있어서 들어가는데 힘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아프실 거예요.”
그제야 화가 조금은 누그러진다
의사를 만나 링거와 약을 다시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날짜는 12월 26일,
이리저리 상의한 끝에 고모와 내가 KTX를 타고 서울을 가기로 했다.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애까지 데리고 우리는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꼭 들어야 했다. 그전에는 이 모든 걸 인정할 수 없었다.
하나님 부처님 누구도 상관없으니 제발 내 기도 좀 들어 달라고, 내 남은 명을 떼서 할머니 남은 생을 이어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조용히 눈물을 훔치며 이게 여행길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꼭 다시 기차 타고 여행 가자며 말했다
할머니는 서울까지 가는 그 사이도 견디기 힘든지 식은땀만 연신 흘리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셨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줄 그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