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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 Aug 19. 2020

팬데믹 백수의 골방 속 영화 감상: 빅쇼트

친절함에 메시지를 벼리다

영화 '빅쇼트'의 포스터


코로나19가 만든 '팬데믹'은 모두를 타격했습니다.


다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우려하던 2차 대유행이 현실화 되는 중입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합니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방역수칙에 신경 쓰고 예민했다면 이런 일이 안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말입니다.


그래도 믿습니다. 1차 대유행 때 모두가 함께 응원하고 버틴 역량을 말이죠. 아직도 대구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던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정말 한 번만 더 해봅시다.


불과 1년 전 일이다. DLF 사태의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 출처: 연합뉴스


팬데믹도 문제지만 한국에겐 고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계죠. 작년 9월, DLF 상품들이 원금 100% 손실을 확정하면서 무수한 피해자들이 발생했습니다.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특별한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절대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금융계의 감언이설에 넘어갔을 뿐입니다. 정부는 불완전판매를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희망을 잃은 피해자의 마음을 채워줄 순 없습니다. 애초에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말았어야죠.


이는 돈만 추구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행태입니다. 물론 시스템 상 문제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서민들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금융계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히포크라테스. . 그도 탈모는 고칠 순... 앗!


의료계에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있습니다. 하나의 윤리적 지침으로 봉사와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내용이 담겨있죠. 현대 의료인들은 누구도 빠짐없이 의료인이 될 때 이 선언을 합니다. 구속력은 없지만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그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인에게는 왜 이러한 윤리적 지침이 없을까요? 그들 역시 누군가의 생명을 뺏을 수 있습니다. 허무하게 희망을 잃은 자들의 삶도 그들의 책임 아닙니까? 이미 금융계의 탐욕은 생명을 넘어 세계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예시가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입니다. 2007년, 대규모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시작된 연쇄적 경제 위기죠. 벤 버냉키 당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이 사태로 인한 금융 손실액을 최대 1천억 달러, 그니까 한국 돈으로 91조 가량 된다고 추산했습니다. 엄청난 돈이 증발한 셈이죠.


미국만 그러면 다행이죠. 그리스, 스페인 등 나라는 아예 파산까지 갔습니다. 한국 역시 그 때 힘들었습니다. 금융 경제는 그렇다쳐도 수치에서 보이지 않는 실업자, 가족해체 등의 피해는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저번에 이야기 했듯 수치 뒤에 숨은 약자들이 더 많으니까요.


코딩하는 것 같다. 참고로 저는 코딩에 대해 1도 모릅니다.


오늘 다룰 영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빅쇼트'입니다. 이 영화는 금융계의 탐욕과 오만함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금융계의 부족한 윤리의식을 강조하죠.


분명 앞에서 다룬 모던타임즈와 결이 다른 영화입니다. 물론 '사람'을 다루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굳이 빅쇼트를 다루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금의 경제와 금융은 과거와 비교해서 굉장히 어려워졌지만 이를 과감히 다뤘다는 점입니다. 불확실성이 곧 돈이 되는 세상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금융시장은 순전히 '불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판돈의 크기와 보장성이 달라집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선 불확실성이 더 커지겠죠. 그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두려워하지 않고 경제를 설명하는 데 도전합니다.


두 번째는 그 발전한 ‘경제’를 쉽게 설명하려 했습니다. 그 의도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해 이 영화를 택했습니다. 경제는 똑똑하고 배운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영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쉽게 설명할까요? 그리고 어떻게 금융계의 탐욕을 드러냈을까요?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이후 내용에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가즈아~~~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영화 '빅쇼트'는 마크 트웨이의 명언으로 시작합니다. 사건의 본질은 바로 '정신승리'라는 것이죠. 영화를 보다 보면 금융계의 정신승리와 비인간성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걸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영리합니다. 빠른 편집으로 어려운 내용을 지루할 틈 없이 설명하죠. 그러면서 쉬운 용어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루이스 라니에리’가 만든 MBS(주택저당증권)을 설명하면서 아이팟, 마이클 조던, 유튜브 등과 비교합니다. 뭐 성장률, 물가상승률 이런 수치를 활용하는 것보다 휠씬 알아듣기 쉽죠.


베넷의 설명처럼 MBS(주택저당채권)의 성장은 곧 미국 경제의 성장이었습니다. 영화는 역시 앞의 설명방식을 다시 차용하죠. 톰 크루즈의 탑건, 끝 없이 올라가는 건물, 부시 대통령 등등을 빠른 편집을 통해 보여줍니다. 그렇게 경제 성장에 있어 금융계의 힘은 막강하고 필수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거품이었고 거짓이었다는 게 영화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한 인물을 보여주죠.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는 그냥 아재입니다. 이어폰을 꼽고 드럼채를 들고 있는 좀 이상한 아재죠.


영화는 이 영화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그는 혼자인 게 편하며 한 눈이 의안인 점을 강조하죠. 즉, 사회성 떨어지는 괴짜인 인물인 동시에 한 쪽 눈이 없지만 세계 경제 흐름을 정확히 캐치해낸 아이러니의 인물입니다. 그는 2001년 닷컴 버블 속에서도 오르는 주택 가격에 의구심을 품으며 MBS를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옆에 곤란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십쇼


또 다른 인물이 나옵니다.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그 역시 좀 이상하고 배려라곤 없습니다. 고민을 털어놓는 모임에 늦어놓곤 한창 말하는 사람의 말까지 끊어버리니까요. 자기 얘기만 합니다. 신경질적이기고 의심도 많죠. 빅쇼트는 큰 틀에선 경제를 설명하는 영화지만 그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캐릭터 구축 작업에 큰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죠.


그리고 다시 마이클 베리로 돌아옵시다.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LTV(주택담보가치비율, 주택 담보가치에 비례해서 빌린 대출금)의 비율이 현저히 높거나 돈을 갚지 않은 기간도 너무 길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면 채무불이행이 속출할 것도 예상합니다. 이걸 상급자에게 이야기하니까 그가 답합니다. "주택시장은 바위처럼 단단해."


잠깐! 앞 문단에서 나온 용어들도 어렵지 않나요? LTV, 금리, MBS 등등등 살면서 한 번이라도 듣기 어려운 용어들입니다. 저 역시 계속 네이버 지식백과에 기대서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장면을 집어넣습니다. 원리는 앞과 같지만요.


백인, 샴페인, 그리고 거품


갑자기 마고 로비가 특별 출연해 거품 목욕을 하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경제는 어렵다" 라는 상식을 부수기 위한 영화의 노력이자 성공적 결과물이었습니다. 마고 로비가 목욕을 하는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용어 역시 쉬운 걸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똥'(Shit)을 사용하죠. 마고 로비 덕에 우리는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어려운 경제 영화에 돌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장면이 함의하는 건 하나 더 있습니다. 괜히 마고 로비가 거품 목욕을 하며 샴페인을 마시는 게 아니죠. 거품 위에서 샴페인을 즐기고 있는 백인, 월가 등에 똬리를 틀고 방만하게 운영하던 금융계를 비판하는 장면이라고 봤습니다. 재미, 접근성, 그리고 메시지까지 잡은 이 영화의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다시 마이클 베리로 돌아갑니다. 그는 공매도(하락에 배팅)를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골드만삭스에 CDO(뒤에 설명하겠습니다)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 끝없이 하락한다는데 거는 신용부도스와프 상품을 만들어달라고 하죠. 그리고 골드만삭스는 5백만 달러 규모의 신용부도스와프 상품을 베리에게 팔려고 합니다! 그런데 베리는 한 술 더 얹죠. 1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베리가 나가자 골드만삭스 관계자들은 웃습니다. 호구 잡았다 이거죠. 골드만삭스만 그러한 게 아닙니다. 도이차방크 등등 수많은 금융계가 해당됩니다. 누군가는 이상한 채권상품을 대량으로 팔았다며 파티를 열기도 하고요.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극한의 아이러니를 자아냅니다. 한 치 앞을 알아보지 못하고 '호구' 잡았다! 라는 제스쳐가 처량할 따름이죠. 물론 골드만삭스는 2007년 하락에 배팅해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마이클 베리는 여러 은행에다가 총 13억 달러나 투자했습니다. 당연 주변은 길길이 날뛰죠.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투자자도 생깁니다. 투자액은 고사하고 오를 때마다 내야 할 프리미엄도 내야 하니까요. 그래도 그는 계속 밀어붙입니다. 윌리엄 어네스트의 시 한 구인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을 보고나서 말이죠.


보드게임 카페가 갑자기 가고 싶더군요


이제 영화는 인물을 엮습니다. 잘못 걸린 전화로 베넷과 바움을 말이죠. 베넷은 호구 잡은 기념으로 은행 관계자가 연 파티에 참석한 후 신용부도스와프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조수가 전화를 잘못 걸어 바움의 펀드 회사와 연결됩니다. 바움 회사도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하죠. 주택 시장이 이상하다!


베넷은 바움의 회사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한 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보드게임 젠가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CDO라는 개념을 설명해주죠. 즉, 부도위험이 커 안 팔리는 B, BB, BBB 등급 채권을 모아서 마치 위험이 분산된 듯한 채권을 말합니다. 그걸 젠가로 표현합니다. B라도 그 블럭이 쌓이면 마치 단단해보이니까요. 하지만 실체는 속이 텅 빈 젠가 구조물입니다.


영화는 어려울까봐 한 번 더 설명합니다. 셰프 고() 안소리 부르댕이 출연해서 말이죠. 팔리지 않는 생선, 즉 썩기 쉬운 것들을 한 곳에 집어넣습니다. 그러면 감쪽 같은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죠. 쓰레기 채권 상품들이 새로운 신상품으로 세탁한 것입니다. 영화는 CDO를 정말 잘 설명해냈습니다. 어쩌면 교수님(?)보다도요!


실제 마크 바움의 모습. 닮았나요?


영화의 시점은 바움에게로 넘어옵니다. 안 그래도 세상을 불신하는 바움은 묘한 매력을 느낍니다. 은행의 탐욕 때문에 생긴 문제의 틈에서 돈을 벌 수 있다니! 그는 주택시장의 거품과 은행이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직원들은 마이애미로 향합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될 정도로 허술한 주택 대출 시장을 알게 되죠. 개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거나 아예 빈 집이거나. 집이 백 채인데 사는 사람은 4명 뿐이고 이 마을에 엄청난 대출금이 끼여 있는 겁니다. 은행이 아무 생각 없이 탐욕 때문에 대출을 승인한 결과죠.


바움과 직원들은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부동산을 둘러봅니다. 빈 집이 많거나 집을 팔려는 자들이 많다는 걸 눈으로 목격하죠. 그리고 모기지 브로커도 만납니다.


저는 이 모기지 브로커들이 정말 거슬렸습니다. 변동금리의 위험성도 모르고 보너스를 자랑하는 자들. 대출 심사를 꼼꼼히 하기는커녕 빨리 난다고 자랑하는 자들. 정말 탐욕밖에 남지 않아 금융의 제 역할을 전혀 못하게 하는 자들. 워렌 버핏도 누군지 모릅니다. 본래 금융은 서민을 위한 것 아니었나요? 이 사람들이야말로 서민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자들이었습니다. 영화는 이들을 집중 조명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썩은 금융계의 추악함을 보입니다.


이 모든 게 사기임을 목격한 바움은 5000만 달러치 신용부도스와프 매수를 결정합니다.


영화 보는 내내 개미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슈퍼 개미이지만요.


또 다른 인물들이 나옵니다. 제이미 시플리(핀 위트록)와 찰리 겔러(존 마가로)는 투자를 받기 위해 금융계를 떠도는 인물이죠. 그들은 공매도에 참가하기 위한 기본 조건도 모른 채 투자를 설득하러 가는 소위 '얼치기'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베넷의 자료를 로비에서 보게 됩니다. 주택 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자료죠.


하지만 투자하기에 그들의 파이가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서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를 찾아갑니다. 이 인물 역시 비관론자입니다. 영화를 보니 비관론자가 큰 일을 해내내요. 여튼 그는 거대은행에서 일했지만 환멸을 느끼고 완전히 떠난 사람입니다.


벤 리커트라는 인물도 참 재밌게 묘사합니다. 지금은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 없지만 저때(2007년) 밖에서 항상 마스크 쓰고 다니는 인물이죠. 도청을 무서워해 유선 전화번호 14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역시 인물 설명에 공들인 게 보였습니다. 이 또한 영화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영리한 방법이죠.


리커트는 시플리와 겔러들을 돕기로 결정합니다. 그들은 큰 투자금을 신용부도스와프에 넣는 데 성공하고요.


존버가 답입니다


그리고 2007년 1월, 예상대로 채무불이행률은 오릅니다. 그런데 내려가야 할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가격도 오릅니다! 왜냐하면 채무불이행이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유지했기 때문이죠. 즉, 부동산 불패 신화만 단단해지는 꼴이었습니다.


다음 장면에서 금융계의 탐욕이 드러납니다. 그들이 이성적이지 못한 존재임도 증명됩니다. 바움은 신용평가사인 S&P를 찾아가죠. 왜냐하면 신용등급이 이상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증언을 듣습니다. 만약 S&P가 은행이 원하는 등급을 내주지 않으면 무디스와 같은 경쟁사로 찾아가 등급을 어떻게든 받는다는거죠! 신용평가사가 신용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장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하죠. "세상의 이치가 이런 걸 어떡합니까?" 이게 금융계 탐욕의 실체였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는, 아니 이 영화는 바움에게도 말합니다. "바움, 너도 등급이 내려가길 바라잖니? 그래야만 큰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그 역시 추악한 금융계의 한 일원이었습니다. 당장 등급이 내려가면 꼬박꼬박 집세를 내던 세입자부터 시작해 무리하게 부동산 사업을 확장한 사람까지 자살하고 말 게 분명한 데 말입니다.


사실 처음 봤을 땐 브래드 피트인 줄 몰랐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흔들리는 바움, 시플리, 리커트 등 인물들은 라스베이거스로 향합니다. 그 곳에서는 미국증권화포럼이 열리죠. 그들은 금융계가 얼마나 멍청하고 오만하고 탐욕스러운지 직접 확인합니다.


제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그걸 알기 쉽게 짚어내죠. 시플리 형의 전 여자친구가 금융감독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에 이력서를 돌리고 있는 거죠. 한 술 더 떠서 골드만삭스 직원이랑 친구까지 먹고 있었습니다. 감독의 주체가 감독의 대상에 이력서를 돌릴 수 있었던 건 분명 제도의 허점이었습니다.


그의 일침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제일 중요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시플리와 겔러는 B등급 채권을 살 수 없자 AA 채권을 싹쓸이합니다. 그리고 일생일대 거래를 했다고 좋아하는데 리커트 교수가 일침을 놓죠.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자금도 잃고 연금도 잃는다고." 그리고 말합니다.


"난 은행권이 비인간적이라서 싫어."


인간도 아닌 것이 바로 뒤에 나옵니다. 바로 CDO 매니저입니다. 바움은 베넷의 소개로 CDO 매니저를 만나게 됩니다. 대체로 쓰레기 채권로 구성된 CDO를 파는 자답게 그 역시 쓰레기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메릴린치의 상품을 팔고 메릴린치에게서 고객을 제공을 받고 수수료까지 받는데 투자자를 대변한다고 합니다. 사기꾼이죠.


그러다가 문득 한 생각이 스쳤습니다. 투자자는 누구일까요. 우리 같은 사람 아닐까요? 아마 그 중엔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수익이 좋다는 말에 홀려 은퇴자금을 모두 넣은 노인분도 계실 겁니다. 과연 금융계는 이들을 고려는 하고 있을까요. CDO끼리 묶어 새로운 CDO, 즉 합성 CDO라는 쓰레기를 만든다는 걸 자랑하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금융계가 언제쯤 단순 돈과 수치가 아닌 '사람'을 위했다는 것으로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까요?


아니 교수님이 여기에 왜? / 출처: 조선비즈


영화는 저 인간 같지 않은 CDO 매니저가 파는 합성 CDO를 설명해주기 위해 리차드 탈러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넛지의 저자로 유명합니다)와 셀레나 고메즈를 등판시킵니다. 리차드 탈러 교수님이 등장하자 쉬운 설명과 더불어 신뢰성까지 보장되는 것 같습니다. 합성 CDO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깃대어 옆에서 파생된 내기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기가 다른 내기를 만들고 그 내기가 다른 내기를 만들고 그 내기가 다른 내기를 만들고... 투기판이 폭증해 종말에 가까워지고 만 것입니다.


CDO 매니저와의 대화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난 바움은 말합니다. "룰렛판에서 도덕성을 찾겠다."


이제 전조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출처: 경향신문


그리고 2007년 4월, 사건이 터집니다. 모기지 붕괴가 시작됐습니다. 뉴센트리파이낸셜의 파산을 시작으로 말이죠. 그런데도 금융계는 계속 말합니다. "여러분, 가치는 변함 없습니다!"


언론도 금융계의 눈 가리고 아웅에 편승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시플리와 겔러는 이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월스트리트 저널(WSJ)로 갑니다. WSJ에는 그의 대학교 동창이 있기도 했죠. 그리고 이 모든 걸 고발하죠. 하지만 언론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월가 사람이랑 친해지는데 몇 년이 걸렸어." 언론도 금융계의 일부이며 플레이어였습니다. 언론은 항상 시민을 대변하고 지켜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상황이 반전됩니다. 이제 기득권끼리 결탁해서는 막을 수 없는 수준에 이릅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등 쓰러지기 시작합니다. 모건스탠리의 손실금은 150억 달러에 달하죠.


이제 그들이 옳았음이 증명됐습니다. 버리, 리커트 교수, 베넷은 가지고 있던 신용부도스와프를 모두 매도합니다. 매도하지 않으면 아예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그들은 큰 수익을 얻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매도를 거절합니다. 바로 마크 바움입니다. 금융계의 탐욕을 고발하기 위해서죠.


형을 잃을 때조차 돈을 생각했던 바움은 도저히 금융계를 용서할 수 없었다


바움은 월가 전문가 브루스 밀러와 토론을 합니다. 베어스턴스의 이해관계자인 브루스 밀러는 오히려 베어스턴스의 주식을 추가 매수하겠다고 하죠. 바움은 바로 반박합니다. 그는 지금 미국의 시대가 완전히 사기의 시대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그 피해는 온전히 서민의 몫이라고. 그들이 토론을 하는 사이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땅으로 고꾸라집니다. 실제로 후에 베어스턴스는 JP모건에 헐값으로 인수됩니다.


이후 바움은 신용부도스와프를 매도할지 고민합니다. 매도하면 저 추악한 금융계와 같아지는 것 아닌지 고민합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더욱 매력적이게 됩니다. 모든 인물이 파는데 끝까지 잡고 있는 바움. 그리고 그의 입체적인 생각들. 그 생각들 덕분에 영화는 빠른 편집과 더불어 직선적으로 달리지만 캐릭터는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영화가 설명하는 어려운 내용들도 공부가 아닌 이해 가능한 대상으로 보이는 것 않을까요?


하지만 바움도 매도를 결정합니다. 이미 메시지를 가졌다는 설득이 있기 때문이죠. 금융계가 틀렸음을 증명했으니까요.


핏빛인가 / 출처: 머니투데이


베어스턴스는 쓰러집니다. 리먼 브라더스도 쓰러집니다. 리먼 브라더스는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지고 옵니다. 여기서 참 재밌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언론이죠. 앞에서 분명 관련 보도를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집단입니다. 이들이 이를 취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세상은 달라졌을까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설하던 자는 여전히 강단에 올라 주택시장의 위기가 곧 기회라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이애미에서 집세를 내며 살던 자는 카푸어가 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기업어음 부도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에게 막대한 혈세가 흘러갑니다. 이민자와 가난한 사람을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지금의 미국은 너무 혼란합니다. 누구의 탓일까요? 영화는 지금도 묻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동산도 거품이 끼여 있는 것일까? 두렵기만 합니다. / 출처: 한겨레신문


영화는 우리에게도 묻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안녕하십니까? 이런 질문이 가능했던 건 어려운 경제를 과감하게 다루는 동시에 쉽게 다뤘기 때문입니다.


빅쇼트는 경제와 우리 사이에 있던 두꺼운 벽을 약간이나마 허물었습니다. 그리고 금융계의 비인간성도 동시에 지적해내는 사회적 메시지도 던졌습니다. 경제 영화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꾸며낼 수 있을지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입니다. 친절함 속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벼린 영화였습니다. 현대 사회의 경제 영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빅쇼트는 좋은 영화입니다.



빅쇼트라는 영화를 다뤄봤습니다. 좋은 경제 영화를 두 편이나 리뷰했는데요! 경제를 다루는 건 정말 쉽지 않네요.. 하지만 두 영화를 다룬 이유는 다음 경제 영화가 이 두 영화의 장점을 담고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시 경제 영화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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