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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수 Nov 29. 2021

막간 월요 수필 - 매일 쓴다는 것

나의 작심삼일을 위하여 건배!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그리 꾸준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배우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막상 시작하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곤 했다.


미술, 수영, 발레, 고전무용, 독서 등.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라는 특혜를 받아 큰돈이 들지 않는 이상

적잖은 지원을 받았던 나는 여러 방과 후 활동을 하며 탐구 영역을 넓혀갔다.


없는 살림에 허리띠를 바짝 매고서라도 하고 싶다는 것을 한 번쯤은 꼭 시켜줬던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해봐라, 보다는 '그중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을 한 가지라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서였다고, 심여사는 말했다.  


그중 '글쓰기'라는 평생 가지고 갈 키워드를 찾았으니,

심 여사의 교육철학은 결국 통한 셈이다.


글쓰기는 내가 좋아하는 일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일 뿐

아직 능수능란하진 못하지만,

인터넷 신문사에 처음 글을 기고했을 때가 떠오른다.


빈 화면에서 커서가 깜빡일 때마다 나도 울고 내 머리도 울었던, 칠흑같이 막막했던 밤들.


기갈나게 쓰인 타인의 글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쓸까,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울화통이 터졌던 밤들.


내 꿈까지 초라해 보여서 아무 말이나 써대다가

관리되지 않은 무성한 정원을

퇴근도 못 하고 다듬는 정원사처럼 

두서없이 써 내려간 나를 토막 내던 밤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는 사람은 행운아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르다고 해서 불행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일치하면 하는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우리는 언제나 방법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늘 여러 계절의 숲에 둘러싸인 정원사처럼.

오늘도 나는 내 앞에 아무렇게나 자란 거친 초록을 마주한다.


그 짙은 초록 속에

모든 불안과 안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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