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50 #50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는 프랑스 작가로, 과학, 철학, 종교,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독특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엮어낸다. 그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개미>는 지금도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회자할 만큼 공을 들여 쓴 작품이다. 개미의 세계를 아주 자세히 그려냈는데, 개미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 모험 그리고 인간과의 소통까지도 보여준다. 베르베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 그의 신작이 나오면 늘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심지어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전용 앱도 있었다(!)
물론 최근작으로 올수록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라거나, 용두사미의 전개라거나 하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최근 한국에 갔을 때 서점에 전시된 신작<꿀벌의 예언>을 보았다. <개미>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으로 곤충 시리즈일까 살짝 기대했다. 결국 개미와 비슷한 책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최근 뉴스에서 꿀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인슈타인(이 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게 알려진 말)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뒤 인류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벌꿀 수분에 의존하고 있고, 개체 수 감소, 더 나아가 멸종은 이러한 농작물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꿀벌의 예언>은 작가의 전작<기억>과 연결된다. <기억>에서 역사 교사였던 르네 톨레다노는 퇴행 최면으로 전생을 경험하고 자신의 최면을 도와준 정신과 의사이자 최면술사인 오팔과 연인이 됐다. <꿀벌의 예언>에서는 오팔과 함께 최면술사가 되어 최면 공연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눈을 감고 계단을 내려가는 이미지를 그리면 문이 나온다. 그 문을 열면 번호가 적힌 문이 가득한 복도에 들어선다. 큰 번호에서 작은 번호로 이어지는 복도는 각각의 전생으로 이어진다. 본인이 찾고 싶은 전생, 예를 들면 이생의 동료와 가장 가까웠던 삶을 생각하며 복도를 보면, 해당하는 전생의 문에 불이 들어오고, 그 문을 열면 전생으로 갈 수 있다.
최면을 통해 여러 전생을 경험하던 르네는 우연히 미래를 보게 된다. 미래는 ‘다음 생’이 아니라 60대의 르네 본인이다. 그를 통해 꿀벌이 사라지고 식량난이 초래한 전쟁으로 멸종의 위기를 맞은 미래를 알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르네에게 들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을 찾아 나선다. 이 예언서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전생의 자신은 천 년 전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기사였다. 르네는 미래 인류를 구하기 위해 전생의 자신과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뿌리는 과거를, 줄기는 현재를, 가지는 미래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과거는 땅에 묻혀 있어 보이지 않지.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릿속에만 떠올리는 대상인 거야. 과거는 땅속 깊이 뻗어 있는 긴 뿌리들 속에 흩어져 있어.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단단하고 선명하지. 하나의 줄기 속에 들어있거든. 미래는 나뭇잎이 달린 무수한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실현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의미하는 무성한 나뭇잎들은 서로 경쟁하듯 자라나. 그러다가 햇빛과 수액이 부족한 나뭇잎은 말라 죽게 되지. 나뭇가지 전체가 꺾여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건 어떤 미래의 방향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지. 하지만 하나뿐인 줄기에서 뻗어 나와 살아남은 다른 나뭇가지들은 눈에 보이는 단단하고 통합된 현재의 연장선에서 계속 자라게 되네. P.19
물론 이야기에는 허점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의 내가 하는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안다고 해서 돌아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나의 행동에 의해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미래와 가능성이 올라가는 미래가 생겨난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오늘을 충실히 살며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가 태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1. 배우기 위해. 2. 경험하기 위해. 3.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책은 이렇게 시작했다. 르네의 삶과 모험으로 이 세 가지를 모두 보여준다. 우리는 이 삶을 통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한다. 그리고 그 배움과 경험을 토대로 과거에 했던 실수를 바로잡아 나간다.
<꿀벌의 예언>을 읽고 최근 한국, 그리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이상기후에 대해 생각했다. 한국의 폭우, 하와이의 산불 등 이상기후와 재연 재해에는 분명 과거 그리고 현재 인류의 선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구가 인류만을 위한 곳이 아님을, 우리가 보기엔 그저 미물에 지나지 않는 벌이 사라진다면 인류에게 상상보다 훨씬 큰 후과(後果)가 있음을 기억하자. 아직 과거 우리가 저질렀던 실수를 바로잡아 나갈 시간이 남아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