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에 남는 건 결국 마음이다.
얼마 전, 아이 일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지금처럼 일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아이와 함께할 시간, 그리고 나의 일.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장선생님과 우연히 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예전부터 그분의 자녀들이 모두 훌륭하게 자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 비결이 궁금했다.
선생님은 잠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큰 노력이 필요했어요. 매일 도시락에 손편지를 넣었고, 가끔은 아이들과 교환일기를 썼죠.”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교환일기’라는 단어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하루의 조각들을 함께 나누는 그 시간 속에서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매일이 아니어도 좋으니, 아이와 교환일기를 써보기로.
“우리, 교환일기 써볼래?”
조심스레 묻자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알겠어”라고 대답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 마음이 뭉클했다.
.......하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하루가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오늘도 일기를 미뤄왔다.
그리고 오늘 필사했던 문장이 내게 머물러,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시간은 오직 이 순간뿐이다.
내일로 미루지 말라. 지금 하라.
— <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야잔 브라흐마-
그래, 바로 지금 해야 한다.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하루를 나누고, 마음을 기록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 “그때 네가 참 대견했어”라고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언젠가 그 일기장을 다시 펼쳤을 때,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했던 ‘지금’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테니까.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펜을 들어야겠다.
늦기 전에, 마음 먹었을 때 해야겠다.
이 순간을 붙잡기 위해서.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그때 시작하길 참 잘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하루의 마음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나와 아이의 대화가 되길 바라며.
@지혜롭게, 몌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