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6. / 인천 연수구 센트럴로 263
가끔씩은 나도 거대 자본으로 이렇게 폼나게 북카페를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가능하지도 그럴 능력도 안 된다는 걸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카페꼼마는 종이쿠폰을 사용한다. 빨간색 '콤마'모양 스탬프도 예쁘고, 빨간색 원고지의 이미지를 살려 글귀를 넣은 뒷면 아이디어도 마음에 든다. 각각의 쿠폰마다, 설마, 다른 문장이 적혀 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쿠폰을 갖고 있는 한 두 달 동안은 계산할 때마다 보게 되고, 기억하게 된다. <책방2036>에서도 쿠폰이든 인테리어든 적용이 가능한 부분들이 있을 텐데, 따뜻한 문장, 위로가 되는 문장, 힘을 주는 문장 등등 기억하고 싶은 글들을 평소에 부지런히 수집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폰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명함 사이즈의 종이쿠폰이 가장 무난할 것 같다. 누가 봐도 갖고 싶도록, 간직하고 싶도록 예쁘게 잘 만들고 싶다. 비슷한 포맷으로 간다면, 언제 왔는지 날인과 함께 날짜와 시간을 기록해주고 싶다. 그리고 쿠폰을 사용해서 음료를 마신 뒤에는 "사용완료" 표시를 한 뒤 되돌려 주어도 좋을 것 같다. 책갈피로라도 쓸 수 있도록. 아니면, 큰 통을 하나 마련해서 방문객이 쿠폰에 뭐라도 메모를 한 뒤 통에 넣도록 하고 책방지기가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다. 마지막으로,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것저것 살필 겨를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누가 사용하다 버린 것 같은 상하고 구겨진 쿠폰을 방문객에게 내주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제주에 내려가지 못하는 토요일에는 종종 카페꼼마에 간다.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는 날들이 반복되기도 하고, 주말에도 출근 시간 비슷이 되면 몸이 알아서 깨어난다. 늦잠을 자고 싶지만, 잠을 길게 자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그마저도 늘 어렵다. 예전에는 주말에 낮잠을 두세 시간 정도 자면 피로가 조금은 풀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한 시간 이상 낮잠에 들지를 못한다. 가끔씩은 몹시 괴롭다.
늘 핸드폰으로 먼저 손이 갔고, 새벽부터 배가 고파 도저히 못 참을 때까지 누워서 드라마를 보았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러고 있는 자신을 보면 스스로가 미웠고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정말 안 되겠다 싶어 육지에 머무는 토요일 아침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8시 오픈 시간에 맞춰 카페꼼마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 날은 글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이어폰을 꽂고 드라마를 보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배가 고파 힘들 때까지, 혹은 병원 시간까지 아무튼 버텨본다. 살아야겠다는 발버둥, 지독한 이 무기력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몸부림을 친다.
나중에 책방을 한다면, 누군가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따금씩은 아주 이른 시간에 문을 열거나, 아니면 심야시간에 문을 여는 그런 옵션도 고려해 보고 싶다. 영화 심야식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