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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Lee Apr 28. 2024

[독서의 기쁨]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 


p.84  교양서는 아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문교양서와 과학교양서다. 이 두 분야를 놓고도 편식을 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런 독자들에게는 이 구분을 넘어서기를 권유하고 싶다. 훌륭한 과학자들은 깊은 사유 능력을 지니고 있다. 매우 추상적인 과학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p.100  내 소설의 탐식의 역사는 해외 소설 탐식의 역사다....... 동시에 이 역사는 남성 소설 탐식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소설들은 내 피와 살과 뼈의 일부이나, 그중 여성 작가는 많지 않아 한탄스럽다. 훌륭한 소설들이 담보하는 보편성은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주 늦게서야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었을 때,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남성 작가의 시선에 매몰되어 있는가를 깨달았고 크게 부끄러웠다. 지금 나처럼 소설을 탐식하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의 피와 살과 뼈에 남성 작가의 시선만이 새겨지게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p.161  진부한 얘기지만, 많이 읽고 적게 읽고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얼마나 '충실하게' 읽었는가 하는 것이다....... 책에 집중하고, 책과 대화를 나누고, 책에게 질문하고, 반박하고, 때로 귀퉁이를 접고,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는 독서가 조금 더 충실한 독서일 것이다.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는 것이 귀찮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책에게 말을 건다는 게 중요하다. 말을 많이 걸면, 책은 꽤 믿을 만한 인생의 친구가 되어준다.  


 p.248  책은 유일하게 우리가 두 번 이상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활자는 시간에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차마 헤아리지 못했던 의미를 뒤에 가서 깨달을 수도 있고, 그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 한번 앞에서부터 살아볼 수도 있다. 세상의 의미를 앞장 뒷장 넘겨가며 재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방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독서에 진심이거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전혀 아니다. 어쩌면 책이라는 실물 자체를 좋아하고, 종이의 질감과 냄새를 좋아하고, 책꽂이에 책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양새를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나름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도 은근 없지 않은 듯하다.

주말에 낮잠과 설사를 반복하며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그냥 가볍게 생각해 보았다. 오늘의 결론은 책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위로받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그 안에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기보다는 책방을 하나 갖고 싶다는 다소 대책도 현실감도 없는 생각 같기도 하다. 


지난주 귤꽃 향이 은은히 날리기 시작한 제주를 만나고 왔다. 다음번에는 귤꽃향으로 진동하는 제주를 볼 수 있겠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실컷 걷고 오게 날씨도 좀 맑으면 좋겠다.


©Myeongja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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