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좌표가 아닌 기울기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나의 사회적 좌표는 ‘0’이었다. 아니, 어쩌면 마이너스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좌표가 아닌 기울기다행복은 좌표가 아닌 기울기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좌표가 아니라 기울기에 집중했기 때문.
중학교 때 배운 XY 축 그래프를 떠올려보고 인생에 대입해 보자. 대부분 사람들은 더 높은 좌표를 원한다. 더 좋은 직업,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등등. 그러나 아무리 해당 좌표에 도달해도 우리는 금세 그 상태에 적응해버리고 만다.
가령 치킨을 좋아해서 시켜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첫 한 조각은 매우 만족스럽지만 두 조각, 세 조각, 네 조각… 점점 먹을수록 물리게 된다. 점차 같은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 법칙은 사실 생물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항상성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다. 항상성이란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또 그러려고 함'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도 인간은 그것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 그 이유는 원시 인간이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먹잇감을 구하고 계속 행복에 취해 있다면 다음 먹이를 구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그래서 인간은 빠르게 행복 상태에서 안정적 상태로 돌아오고 다시 먹이를 구하러 나가게 된다.
이 2가지를 생각해 보면 로또에 당첨되거나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면서도 우울해지거나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사회적인 좌표는 크게 높아졌지만 다음 좌표를 잇는 선의 기울기가 내리막이라 생각하기 때문.
나 역시도 나름 괜찮은 좌표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만족감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나름 서울의 이름 있는 대학교를 졸업했고 게다가 장교로도 군생활을 복무했었기 때문. 그래서 취업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란 착각을 했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고 친구와 동기들이 점차 취업하고 멋있게 사회생활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기울기는 수직으로 낙하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내리막길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차츰 사회의 집단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할 줄 알게 되었다. 비교를 멈추고 내 낮아진 좌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차분해졌고 어차피 남들보다 늦은 김에 기초를 착실히 쌓는다는 생각으로 독서를 하기로 시작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한 권을 읽는 데 1~2주가 걸리기도 했지만 점차 책 읽는 속도와 정보의 우선순위를 알아보는 능력이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2년 반동안 300권 넘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니 독서는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내 삶의 기울기를 플러스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행복에 관한 베스트셀러인 《행복의 기원》을 쓴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의 말처럼 행복은 자신이 현재 있는 위치가 아니라 매일매일 조금씩 느끼는 성장과 소소한 즐거움이 행복의 비결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당신의 좌표가 낮다고 해서 꼭 불행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오늘 당신 삶의 기울기가 양수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분의 인생 그래프는 지금 어떤 기울기를 그리고 있는가? 비록 좌표가 낮더라도 여러분을 상승시켜 주는 조그만 양의 기울기가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스근하니 올라가는 기울기의 즐거움을 소소하게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