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가 쌓일수록 'YES'에 가까워진다
실패가 두려워 발을 떼지 못하고 있거나, 이미 겪은 실패로 인해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내 시선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답을 맞힐 확률을 정확히 2배 올린 상태다.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정답을 찾기 전, 오답부터 찾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다.
나의 20대는 '오답 수집가' 그 자체였다. 고등학생 시절, 세상이 돌아가는 거시적인 원리에 매료되어 경제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대학 강의실에서 마주한 것은 학문적 통찰이 아닌 복잡한 미적분과 수식의 향연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이론의 본질은 좋아하되, 이를 증명하는 수학적 도구에는 흥미가 없다는 첫 번째 오답을 발견했다.
졸업 후에는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곳에서 얻은 데이터는 더욱 명확했다. 나는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 문화, 그리고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과업을 수행할 때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기질임을 깨달았다. 전역 후의 현실은 냉혹했다. 무난한 취업을 예상했으나 최종 면접의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방황 끝에 과거 패션을 좋아했던 기억을 되살려 패션 MD가 되기 위한 국비 교육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열정적인 동기들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옷에 인생을 건 사람'이 아니라 '옷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이어 도전했던 데이터 분석가 역시 챗GPT의 비약적인 발전과 '데이터 분석' 기능의 출시를 목도하며, 기술적 숙련도만으로는 곧 대체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들의 시선에는 끈기 없는 실패자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정신 승리가 아니었다. 수학적으로 나의 성공 확률을 정교하게 높여주는 소중한 데이터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학창 시절 객관식 문제를 풀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정답을 모를 때 우리가 취하는 가장 현명한 전략은 '확실히 아닌 선지'부터 지워나가는 것이다. 5지 선다에서 오답 3개를 지우는 순간, 정답률은 20%에서 50%로 폭등한다. 셜록 홈즈의 명언, "불가능한 것을 모두 제외하고 나면, 남은 것은 아무리 믿기지 않아도 진실이다"는 바로 이 소거법의 원리를 관통한다.
이 논리는 수학의 '몬티 홀 딜레마(Monty Hall Dilemma)'와도 맥을 같이 한다. 세 개의 문 중 상품이 있는 문 하나를 고르는 게임에서, 진행자가 오답인 문 하나를 열어준 뒤 선택을 바꿀 기회를 준다면 당첨 확률은 1/3에서 2/3로 두 배가 된다.
조건부 확률의 관점에서 볼 때, 인생의 실패는 진행자가 "이 문은 꽝이야"라고 열어준 문과 같다. 내가 연 문이 '꽝'임을 확인하는 과정은, 남은 선택지 중에 정답이 존재할 확률을 수학적으로 높여주는 필수적인 절차다.
그렇게 수많은 오답을 지워나가던 중, 유독 선명하게 빛나던 순간들이 있었다. 대학 시절 토론대회 팀장으로서 밤을 새우며 전략을 짜던 기억, 봉사동아리 회장으로서 한 학기를 주도적으로 운영한 경험들이다. 나는 누군가 시키는 일을 수행할 때보다,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도권을 쥘 때 가장 높은 몰입도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 성격과 강점, 기질에 관한 다각도의 검사와 AI를 통한 종합 분석을 더하자 결과는 소름 돋을 정도로 명확해졌다. 나는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창업가, 혹은 투자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 확신을 담아 글을 쓰는 근거는 바로 이 '오답 소거'의 과정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과정은 비단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30세에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인생 최악의 오답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는 훗날 "해고당한 사건은 내 인생 최고의 사건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 거대한 오답 덕분에 성공의 중압감을 내려놓고, 다시 초심자로 돌아가 픽사를 세우고 애플로 복귀하여 아이폰이라는 정답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실패만 반복하는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정답이라는 문에 도달하기 위해 오답인 문들을 하나씩 닫아가는 과정이었음을.
지금 당신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축하받을 일이다. 당신은 방금 '꽝'인 문 하나를 확인했고, 그만큼 정답에 가까워졌다. 오답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오답을 지울 때마다, 우리는 정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