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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우 Feb 03. 2018

행사를 마치며─잊지 않은 세월들

이천십육 년 일월 삼십일일의 기록

ⓒ 김규령

 세월호 바로 알기 유가족 간담회 행사를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개개인에게 인식되는 바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글쎄요, 제게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정부의 태도는 명백한 주권 침해입니다. 어떠한 의혹도 밝혀주지 않으려 하는, 외려 그것을 덮으려고만 하는 정부의 알 권리 침해.


 청해진 해운의 불법 개조와 운항 허가를 낳은 국가 제도의 구멍, 그 사실은 모두가 알지만 정확하게 '누가' 그것을 몰래 넘어가 줬는지 우리는 알고 있나요?

 무책임한 선장 이준석이 구조된 직후 겁에 떨기는커녕 개인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그다음 날 청해진 해운이 세월호의 화물 적재량을 수정하면서 과적한 사실을 숨겨 보험금을 늘리려고 했다는 의혹이 생겼지만 정확하게 '누가' 참사 이후 3일 동안 희생자들의 목숨보다 선체의 보험금을 더 중요시했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나요?


 구조 현장에선
 원활하게 작업이 가능했던 기후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구조에 나서기는커녕 열 개에 달하는 컨트롤 타워 중 가장 부합하는 관할서를 찾는다고 인력을 대기시키기만 했으면서 언론에는 이례적인 총력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하게 한

 보도진들이 사고 관련자를 인터뷰할 때 대화 내용을 불법 녹음한 사복 경찰을 그 자리에 있게 한

 존중받아야 하는 한 국가의 국민들이 삼보일배를 해가면서까지 겨우겨우 통과시킨 특별법, 그 반쪽짜리 특별법을 뒤늦게 통과시키고 국민들의 관심이 사그라들었을 때 수사 범위를 정부가 제한한다는 시행령을 발표한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체의 인양 작업을 무작정 뒤로 늦추기만 하는

 우리의 정부.

 여야의 문제, 좌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위와 같은 정부의 대국민 기만행위를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나요?

그 기만의 도가 넘어서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혁을 '단행'하고, 툭하면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기 일쑤입니다.


 모두 국민들이 자신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일입니다.


기꺼이 행사에 와주셨던 (큰)건우 아버님과 제훈 아버님.


 알아주세요. 유가족분들께서 '잊지 말자'라고 외치는 이유. 그저 아이를 가슴에 묻을 수 없어서만은 아닙니다. 2년의 고된 과정을 지나오신 그분들께선 이제 '나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사고를 겪지 않은 국민들 당신들이 후에 지금 자신이 선 자리에 서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급한 밥벌이 때문에 정치적 무관심이 발생한다는 핑계는 삼가 주세요. 우리의 조상들께선 밥벌이가 안정적이라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드신 게 아닙니다. 바른 정치의 문제가 곧 밥벌이의 문제입니다. 관심 가져주세요. 정부의 만행을 방치하는 건 우리의 무관심입니다.


 국민들을 온전한 국민으로 대우해주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건 그것을 바꾸려는 우리들의 의지입니다.


 간담회 마지막 부분에서, 2-5 건우 아버지(김광배)께선 "젊은이들이 '공부하'길 바란다"라고 하셨습니다. 이성보다는 가슴으로 더 사고에 맞서는 그 과정에서 본질을 가장 날카롭게 꿰뚫게 되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는 건 아닐지.


 미흡한 과정에서 함께 해주신 봉사자 분들, 참석해주신 분들, 관심 가져주신 분들, 도와주신 분들, 와주신 건우 아버지와 제훈 아버지, 아직 싸우고 계신 유가족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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