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소비문화 <프로그램 리액션 영상>
“본편 보고 찰스엔터 리액션 영상까지 봐야 다 본 거다.”
한창 환승연애 3이 방영할 때 유행하던 말이다. 환승연애 본방도 보고, 그 후에 리액션 영상까지 시청해야 비로소 콘텐츠를 잘 씹어 소화했다는 의미다. 연애 리얼리티뿐만 아니라 드라마 리액션 영상도 등장하며, 이제 ‘리액션 콘텐츠’는 단순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 소비문화로 정착한 것 같다.
리뷰나 분석 콘텐츠와는 사뭇 다르다. 특정 대상을 면밀히 뜯어보는 게 아니라, '그저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리액션 콘텐츠이다.
리액션 콘텐츠의 시작은 무엇일까? 2가지 선례를 들어본다. 첫 번째는 아이돌 뮤직비디오 리액션 콘텐츠이다. 특히 외국인, 머글(팬이 아닌 사람)들이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반응하는 영상이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나 역시 7-8년 전, 아이돌 그룹을 좋아할 때 그런 영상들을 자주 찾아보았다. 팬들은 자신의 아티스트의 노래와 퍼포먼스에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출연진의 일상을 패널들이 관찰하는 예능 등이 그 예시이다. 패널에 따라 가지각색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리액션 콘텐츠가 다시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단연 티빙 연애 리얼리티 예능 <환승연애 1>과 유튜브 채널 <찰스엔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그들이 흥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찰스의 입담’이다. 옛날로 치면 아침드라마를 볼 때, 옆에서 엄마가 시원하게 할 말 해주는 느낌이랄까. 찰스는 프로그램 속 커플을 보며, 울다 웃고 또 화를 내기도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찰스의 콘텐츠에서 ‘함께 보는 즐거움’을 느낀 것이 아닐까.
두 번째 흥행 이유는 ‘토론의 장’이다. 현재 티빙은 유튜브에 <환승연애> 클립을 업로드할 때 ‘댓글 제한’을 걸어두고 있다. 공식 채널 영상에는 아무런 댓글을 달 수 없다. 결국 답답한 시청자들은 리액션 영상에서 모두 모인다. 그리곤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겪은 감정, 깨달은 생각들을 적어낸다. 그렇게 매주 새로운 회차가 업로드될 때마다, 시청자들은 커뮤니티로 모이게 된다.
<환승연애 3>부터는 콘텐츠 제작자 수가 더욱 많아졌다. 환승연애 전시즌 출연진이 직접 나타나, 시즌3 리액션 영상을 찍어 올렸다. 시청자들은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자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바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은 리뷰와 리액션을 합친 형태의, 강연형 리액션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언제 어디서든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는 OTT 플랫폼의 특성이, 리액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큰 이점이 된 것 같다. 만약 TV프로그램이었다면 거실에서 본방사수하며 영상을 녹화해야 하는데, 사실상 어려운 일이니까.
리액션 영상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기존 시청자 간 유대감을 키우고, 신규 시청자를 유입시킨다. 프로그램의 기존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특정 구간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활발한 댓글 소통을 통해 연대감을 쌓아간다. 또한 신규 시청자들은, OTT 서비스 결제 없이 프로그램을 미리 볼 수 있다. 마치 배스킨라빈스 맛보기 스푼 같은 것이다. 본편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시청자는, OTT 서비스에 가입하고 끝내 본편을 시청하게 된다.
‘리액션 콘텐츠 붐’은 어디까지, 어떻게 확장되어 뻗어나갈까? 오늘날 리액션 콘텐츠는 <환승연애> 시리즈에 이어, 이진주 PD 연출작 <연애남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예능 <여고추리반 3> 등, 장르를 불문하고 퍼져나가고 있다. 또한 남녀 불문, 수십 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부터 신규 유튜버까지. 다양한 제작자가 리액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숏폼 영상과 요약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현대 사회 속, 타인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을 10-15분 보는 현상. '리액션 콘텐츠 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