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망망대해 위에서, 고도 11,000미터 위에서 이렇게 글을 써보기는 처음이다. 약 10시간의 비행 동안 (이제 LA 가는데 약 10시간 밖에 안 걸린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과 함께) 드문드문 좋지 않은 기분들이 찾아왔다.
나는 왜, 내가 원하지도 않았던 출장 때문에 마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인 듯한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어야 하지? 나는 왜 그것 때문에 내 주말을 오롯이 반납하고 일에 매달려야 했을까? 보기보다 중요한 일인데 왜 출장은 혼자 가야하지? 도착해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잘 되겠지라는 생각 뒤에 숨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그리고 돌고 돌아 아빠 생각.
아빠가 떠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누구에게도 오롯이 아빠에 대한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상황이 이랬다 그래서 내가 그 때 이런 상황이었다 류의 얘기는 했지만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감정을 풀어내지는 못 한 것 아닐까.
우리 아빠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를 볼 수는 있을까. 여기 있는 마지막 일주일 동안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나는 왜 지키지도 못할 자고 간다는 말을 했을까. 거짓말. 그렇게 아빠를 순간 안심시키고 나면, 일반 병실로 가고 나면, 그리고 나면 집에 돌아 오겠지 싶었는데.
지금도 언제라도 아빠는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을까. 이주! 하며 내가 너를 위해 사왔다며 자랑스럽게 뭔가를 꺼내지 않을까. 아팠던 게 모두 거짓말인 것처럼. 이제 본인이 앉아있던 의자는 꼴도 보기 싫으니 치워버리자는 말과 함께.
보고싶어 아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한번만 안아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