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지, 좋아하세요?

김신지『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평일도 인생이니까』

by 아구 aGu
행복은 사소한 순간들 속에
김신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좋아하는 소설가 김영하. 좋아하는 카피라이터 김민철. 좋아하는 번역가 김화영. 좋아하는 철학자 김진영. 좋아하는 작사가 김이나. 공교롭게 다들 김씨네. 김 씨 한 명 더 추가하지 뭐. 좋아하는 ‘순간 수집가’ 김신지.


누군가를 동경하는 것도 사랑일까? 그녀의 문장에, 그녀의 멘트에, 그녀의 기록에, 그녀의 마음에 풍덩! 얼마 전, 『기록의 쓸모』 이승희 마케터를 알게 되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는데 흠흠. 세상에는 멋진 사람과 좋은 책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감사하면서도 부러워 샘이 난다.


꼭 멀리 갈 필요는 없는 거라고. 산다는 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지금 눈앞의 세상을 잘 담아두는 일이라고. - 김신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언제나 도망치던 사람이었다. 사춘기 때는 방구석으로. 스무 살 때는 군대로. 취준생 때는 해외로. 일할 때는 파리를 동경했다. 여기 없는 답이 거기 있다 생각하지 않았지만,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랬다. 왜? 사는 게 재미없었으니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으니까. 열심히 살지 않은 내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평생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고, 그들의 혼이 담긴 책을 읽고, 울림 있는 문장을 수집하고, 좋아하는 순간을 기록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결국, 내가 끌리는 단어는 이런 거더라. 일상, 기록, 취향, 취미, 하루, 행동, 순간, 수집, 발견, 포착, 끌림, 공간, 관계, 설렘, 연애, 인생 그리고 사랑.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이런 사람이더라. 수집하고 싶은 문장이 가득한 사람. 자신과 닮은 누군가에게 말을 걸듯 글을 쓰는 사람. 소장하고 싶고, 박제하고 싶고, 함께 머물고 싶고, 울림이 있는 사람.


사람들이 퇴근 후 맥주 한 잔 하며, 소중한 사람을 만나 토크하면, 주말 밤 ‘비긴 어게인’을 보며 힐링을 얻듯,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소한 순간들이 곧 행복’이라 말하는 그녀. 동경하는 그녀의 책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작사가 김이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렴풋이 품고 있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말해주면서.



주말만 기다리는 삶은 어딘가 고달프고 애처롭다
김신지,『평일도 인생이니까』

‘직장인’ 하면 떠오르는 패턴. 평일 출근. 급 야근. 주말 휴무. 금요일 밤과 주말만 기다리는 삶. 누구보다 신나고 알차게 토요일을 보낸다. 주중에 고생한 나를 위해. 주말 시간은 쏜살같다. 한 것도 없는데 시계를 보니 일요일 두 시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아 내일 출근이네. 씨발’ 욕이 절로 나온다. 출근 압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등을 뗄 수가 없다. 잠이나 실컷 자자.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대충 이런 패턴이지 않을까.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나는 따로 주말이 없다. 남들이 잘 때 일을 하기도 하고, 남들이 일할 때 스벅을 가기도 한다. 누구는 저녁 있는 삶, 주말 있는 삶을 선호해도 내게는 교대 근무가 맞는 것 같다. 주말이 없을지라도. 아직까지는.


주말만 기다리는 삶은 어딘가 고달프고 애처롭다. 우리의 삶에서 7할은 평일인데, 퇴근하고 집에 와 씻고 밥 먹으면 잘 시간이다. 그리고 다음날 기계적으로 출근한다. 생각이나 고민은 사치다. 그저 버틸 뿐. 그러다 기다리고 기다린 주말조차 출근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니. 뭐 직장이란 곳이, 우리의 삶이 그런 거라지만 재미없다. 가끔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회의가 든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정말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인 걸까.


“작가란 오늘 아침 글을 쓴 사람이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세계였다. 단지 오늘 아침 일어나 글을 쓰면 되므로. - 김신지, 『평일도 인생이니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며 글을 쓴다. 적으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고 토해 낸다. 그들의 직장이 남들보다 널널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서? 절대 아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지금 하지 못 하는, 아니 안 하는 일들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그것이 꼭 글쓰기일 필요는 없겠지. 일상에서 본인의 관심을 끄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으니까. 주말만 기다리는 삶은 어딘가 비참하니까. 그러니 사소해도 좋으니 스스로가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보시길. 평일도 우리의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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