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란'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느냐

박연준, 『모월모일』

by 아구 aGu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마음을 주는 친구가 있다. 취미만 50개일 정도로. 예전 같으면 ‘어찌 그럴 수 있지?’ 했겠지만, 이제는 끄덕일 수 있다. 공감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들에 점점 마음을 빼앗기고 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 교육받았다. 할 말이 있어도 삼키는 날이 많았고, 튀지 않고 중간만 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모나지 않고 둥글한 사람은 되었을지 몰라도, 무색무취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만의 색이 없는, 고유의 빛깔이 없는, 가져본 적 없어 잃어버렸다고 할 수도 없는. 공부라도 잘했으면 ‘공부 잘하는 애’로 불렸을 텐데. 특출날 게 없는, 내세울 게 없는 아이였다.


‘취미란’ 앞에서도 그랬다. 언제나 막막했다. 독서, 산책, 음악, 영화를 돌려가며 겨우 적어냈다. 때마다 찜찜했다. 너 자신을 알라던 테스형 말이 아니라도 충분히 작고 초라했다. 호불호가 있어도 호는 희미했다. 오히려 불호 덕에 겨우 호를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아집으로 공감할 줄 몰랐다. 내 마음도 모른는데 타인의 마음을 살필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지금은 읽고, 보고, 들으며 취향을 채집하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쓰며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흐릿했던 삶의 방향과 태도가 제법 선명하다. 계기가 있느냐고? 마음이 끌리는 일에 마음껏 내 마음을 줘보니 알겠더라. 시간과 돈을 어디에 쓰는지 기록으로 알겠더라. 내 취향을, 내 마음을, 그리고 나 자신을.


인생에 반짝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취미란'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느냐에 달려 있을 거다. 지우고 쓰고 반복하면서 취미는 계속되어야 한다. 싱싱하게. - 박연준, 『모월모일』


최근 ‘박연준 작가’에게 빠진다. 좋은 책을 읽기 전, 나의 시선을 갖고 있어 참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평범한 아무 날이 내 것’임을 공감하지 못했겠지. 비슷한 취향으로 충만함을 느끼지 못했겠지. 나와 닿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겠지. 나와 너를 사랑하며 반짝이지 못했겠지. 모든 개취 존중! 평범하고 특별한 모월 모일처럼.


모월모일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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