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를 바라고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기를"

by 아구 aGu


비호감인 한 남자가 있다. 차갑고, 날카롭고, 직설적이고, 짜증 가득한. 까칠함, 오만함, 표독함, 고독함이 보이는. 대중이 씌운 프레임의 영향도 있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그랬다. 신기한 건 그의 책을 본 것도, 제대로 방송을 본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사람 있지 않나. 이유 없이 비호감인 사람. 그가 내게 그랬다.


똑똑해서? 허세라서? 아니, 그냥 불호였다. ‘그냥’이라 뭉뚱그려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굳이 이유를 찾자면, 매사 부정하고, 비난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싫어했던 것 같다. 예민한 사람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스스로 관대하다는 이유로 타인의 예민함을 살피지 못했으니까. 사람들의 반응 역시 비슷하더라. 이유 있는, 이유 없는 불호였는데 아프기 전과 후의 그가 다르다고.


“나는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조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로 써서 말하고 싶은 주제가 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 허지웅, 『살고 싶다는 농담』


생과 사의 경계에서 돌아온 사람은 분명 전과 다른 마음일 테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외부에 에너지를 쏟을 힘이 없다. 내 몸을 돌보기에, 내 인생을 마주하기에도 몸과 마음이 벅차다. 그를 보며 한 사람을 생각한다. 최근 핫한 유시민. 지난 세월 자신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마주하고 정치판을 떠나 작가로 살아갈 때, 사람들은 많은 박수를 보냈다. 지금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어떤가? 지지하던 나조차도 그를 이해하기 힘들다. 달변가와 궤변가는 한 끗 차이고, 똑똑함은 때로 사람을 괴물로 만들기도 한다.


젊을 때 부수고 무너뜨리는 데 힘쓴 이어령 선생님도 그랬지. “제일 쉬운 게 부정이에요. 긍정이 어렵죠.” 라고. 허지웅이 더는 부정하고 비난하고 파괴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장은 그럴 일이 없어 보여 안심이 된다. 비호감과 호감 역시 한 끗 차이구나, 싶다. 이유 없이 그를 싫어했기에 미안한 마음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비호감이라면, 그들에게도. 문득 내 얼굴이 궁금해진다.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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