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복자에게』
안녕, 영초롱아. 복자에게 보내는 편지와 너의 이야기 잘 봤어. 마음이 있어 내가 반응을 하는 거겠지? 제주에 가면 너와 복자부터 생각날 거 같아. 실재하지 않는 고고리섬이라 할지라도, 어느 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복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것이 소설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힘과 위로가 아닐까 해. 아름다운 제주 풍경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와 기억들까지 말이야.
읽으며 ‘관계’와 ‘실패’에 대해 생각했어. 살면서 우리는 무수한 관계를 맺고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잖아. 파도처럼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굴곡 없는 인생, 파도 없는 인생 없으니까. 밀려오고 쓸려가고 부서질지라도 파도는 계속되니까� 그게 우리가 생에 남긴 흔적일 테고. 그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 저마다의 인생이 되겠지.
관계와 실패에 힘든 사람 많잖아. 나도 그래. 때로는 상대방을 오해해 이별하기도 하고, 섣불리 판단해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사랑 앞에 마음이 고장 나기도 해. 파이팅 넘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날도 있지. 그럴 때면 정말 슬픔이, 고통이 인생의 기본값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그래도 있잖아, 책도 좀 읽고 경험도 좀 하고 살아보니 있잖아, 인생은 제법 살만하다고 생각해. 실패한 관계, 인생이라도 살아가다 보면 회복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니까. 현재의 시련이, 좌절이 생의 실패는 결코 아니니까.
영화 ‘300’에서 ‘나는 관대하다’는 말 유행했던 거 기억나? 타인에게 엄격하고 나에게만 관대한 사람이 아니라, 나의 실패를 관대하게 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서 자기감정에 인색하지 않고 싶어. 내 감정을 오롯이 마주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실패도 품을 수 있을 테니까.
유년의, 생의 실패와 반짝이는 순간들을 기록해줘 고마워. 무너지지 않고, 멈추지 않고 상대를 존중해줘서 사랑이 차올라. 내가 사랑하는 파리 생활은 어때?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는 작가의 말을 너에게도 꼭 해주고 싶어. 현명한 너의 친구 복자에게도. 그럼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