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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Sep 07. 2017

추미애가 소환한 ‘농지개혁’, 거기에 답이 있다

'지대개혁'으로 '소득주도성장'을

[메인사진출처] "추미애 대표 연설 경청하는 국무위원들", 일요신문, 2017.9.4


지난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조봉암의 농지개혁'을 주목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순간이었다. 당시의 '농지개혁'이 대한민국의 경제고도성장의 초석을 놓은 결정적 계기였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 후.(출처 : 연합뉴스)


경제성장의 두 가지 길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지겠지만, 거칠게 보자면, 경제성장을 위한 두 가지 다른 주장이 있다. 하나는 경제적 부를 상위층에 몰아주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비교적 고르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전자는, 경제력 집중을 통해 투자를 유발하여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논리이고, 후자는 다수 국민의 소득을 올려 수요를 형성하면 기업들의 투자가 촉진되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이다. 


여기서 전자의 논리, 즉 '경제력의 집중'논리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하위계층의 빈곤이 수반되는데, 이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는 수사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하위계층의 빈곤은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고통'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해온 '낙수효과',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구호들이 이 논리를 바탕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낙수효과', 정말 효과가 있을까?


사실,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노무현정부에서도 이 논리에 따른 정책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정규직 확대'였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면 일반서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기업이 가져가는 몫은 늘어난다. 이를 통해 기업에게 부를 몰아주면 투자가 촉진되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일견 맞는 주장이고, 실제로 노무현 정부시절 한국경제는 4-5%대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 성장의 '지속가능성'이다.


'경제력 집중 전략', 지속가능한가?


'경제력 집중 전략'에 대한 지속가능성은, 따로 설명할 것 없이, 지금 한국의 상황이 충분한 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구매력은 격감되었고, 이 내수부진은 이제 기업들의 이윤마저 갉아먹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업들이 천문학적으로 쌓아놓는다는 '사내유보금'은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는데,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해줄 구매자들의 구매력이 바닥인데, 이를 무릅쓰고 투자를 감행할 기업은 없다. 이건 '기업가의 모험정신'이 아니라, '자살행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강력한 구매력인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후자의 논리, 즉 '다수 국민의 소득을 올려 경제를 촉진'하자는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란 용어를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추미애 대표와 함께 약 70여년 전의, '농지개혁'을 주목해야 한다. 추미애 대표 연설의 한 부분이다.


연설중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출처 : 일요신문)


"저는 1950년 3월 단행된 조봉암의 농지개혁을 주목합니다. .... 대다수의 소작농은 자작농이 되었고, 소작료를 내는 대신 농가의 소득이 늘어났습니다. 치약과 신발, 라디오와 TV를 사며 당시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기업들의 든든한 내수시장이 되었습니다.... 농지개혁 이후 자작농은 .... 왕성한 구매력으로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한국경제의 성장 토대가 된 '농지개혁'


당시의 농지개혁으로 한국의 분배상태는 비교적 평등해졌고, 따라서 "농가의 소득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 바탕위에서 "왕성한 구매력"이 형성되어, "한국경제의 비약적인 성장 토대"가 마련되었다. 


초기 토지분배의 상태와 경제성장의 관계 가로축은 초기토지분배의 상태이며 세로축은 1960년부터 2000년까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다. 토지분배가 고를 수록 경제성장률 또한 높다.


위의 표는 각국의 산업화 초기의 토지분배의 상태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대만, 일본, 한국 등이 토지분배가 비교적 평등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은 2차대전 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지대개혁'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대개혁'이다. '제 2의 토지개혁'이다. 추미애 대표의 말대로 이제는 '소작료'가 아니라 '임대료'가 대다수 국민의 구매력을 짓누르고 있다. 최저임금인상만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지대개혁'과 같이 가야만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양극화와 민간소득상승의 정체, 토지소유의 극심한 불평등, 저조한 결혼율과 출산율의 문제의 절반 이상은 막대한 지대추구와 토지불평등에 그 원인이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게 나라냐'라는 의문은 이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미애 대표의 연설의 일부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저는 확신합니다.
2017년 지대개혁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멈춰진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가장 위대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래프 출처

- Deininger, Klaus, Land Policies for Growth and Poverty Reduction, A World Bank Policy Research Report, Washington D. C.: the World Bank, 2003.

- 전강수, "평등지권과 농지개혁 그리고 조봉암", 『역사비평』 2010년 여름호, 역사비평사, 2010, p304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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