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의 협치를 기대하며
김성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촛불탄핵’으로 바닥을 쳤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탄핵 이후 1년이 넘은 지금 시점까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대표님의 걱정이 크실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헛발질 문워킹’에 경제는 반토막이 났다는데, “정책실력으로 압도하는 대안정당”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이런 때일수록 선명하고 개혁적이고 대중적인, 그래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겠지요. 사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표를 받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생각하고 제시하는 것. 누구는 그것을 ‘포퓰리즘’이라며 공격하지만(자유한국당이 유독 심했지요), 그렇게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님께서 지난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제안하신 ‘출산주도성장’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대담하고 선명한 정책제안, 저출산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우국충정,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지만 갈등하게 되는 국민들을 향한 섬세한 배려까지! 다만, 저 또한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꾸는 국민이라, 대표님께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대한민국이 저출산으로 신음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저소득’입니다. 소득이 적으니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힘듭니다. 당연히 국민들의 소득이 올라야겠지요. 그렇습니다. ‘출산주도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가야합니다.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이 보장된다면, 사람들은 더 자유롭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최저임금은 인상되어야 합니다.
또, 비정규직은 소득이 적으면서도 안정적이지도 못합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나, 기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규직 일자리도 사실 안전하지 못합니다. 2009년, 전쟁과 같은 국가폭력을 경험했으면서도 아직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쌍용차 해고자들을 보십시오. 출산이나 육아는커녕, 이분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의 힘은 너무나 미약합니다. 노조는 더욱 강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실직자인 마당에 출산과 육아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노조가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삼성의 ‘노조 와해’,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쌍차 노조 죽이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해주십시오. 고공농성 중인 택시노동자 김재주씨, 그리고 파인텍 굴뚝농성 노동자들을 만나 주십시오.
대표님께서는 출산장려금 2천만원에,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1억원의 수당을 지급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이것보다는, 노동에 대한 대가, 즉 임금을 올리고 일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대표님이 직접 예를 드셨듯, ‘부유한 로마는 시민들에게 공짜로 먹을거리를 나누어주고, 그래서 로마시민들이 국가가 뿌린 세금으로 방탕하게 살게 되어서 망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세금으로 1.2억을, 그것도 공짜로 주다니요. ‘무상급식 전장이 낙동강 전선’이라며, 자신의 서울시장직과 정치생명을 걸고 ‘아이들 공짜 밥’을 주지 않기 위해 장렬히 싸우다 산화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불과 7년전 이야깁니다.
또, ‘주거문제’도 심각합니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부동산 임대료 때문에 사람들은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10년 넘게 숨만 쉬고 일 해도, 서울에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습니까. 집값을 잡고,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보유세 강화’나, (귀 당의 나경원 의원이 ‘사회주의’라며 극력 반대한) ‘토지공개념’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시킬 것입니다.
부동산 임대료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이는 임대료로 신음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소득도 보전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숨통도 틔워 줄 수 있는 정말 좋은 정책입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도 통과시켜주십시오.
찬찬히 생각해보면, 사실 대표님의 ‘출산주도성장’은 많은 부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접점이 많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협력과 협치의 공간이 생긴 겁니다. 나라를 위한 일에, 민생을 위한 일에 여와 야가, 좌와 우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정책적으로 지향점도 많이 겹친다면, 더더욱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노동존중’, 제반 개혁정책들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이 나라는 점점 더 출산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서 후퇴하고 노동자들을 소홀히 대하며, ‘친재벌’로 회귀하려 한다면, 선명하게 싸워주십시오. 그렇다면, 기꺼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겠습니다. 평생 ‘DJ’만을 외친 제 어머니도 설득시키겠습니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20년 장기집권’이 아니라, ‘서민이 살기 좋은 나라’, ‘아이 낳기 좋은 나라’, ‘노동존중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나라를 만드는데 자유한국당이 앞장선다면,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표님과 자유한국당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