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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Jul 03. 2018

'노동존중시대'의 첫 대통령이 되어주세요

한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자살에 부쳐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6월 27일, 대통령님께서도 보셨겠지요. FIFA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격파하는 한국월드컵 대표팀의 활약을요. 정말 기쁜 하루였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완승에 그 누구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과 환희의 소식 속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비극을 들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들으셨을 겁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자살.


전쟁을 방불케 한 2009년의 옥쇄파업 이후, 노동자 및 노동자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번이 30번째 죽음이라고 합니다. 2016~2017 '촛불 혁명' 이후, 대한민국이 뒤집어졌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노동자들의 세상은 아직도 그대로인가 봅니다.


2009년 쌍용차 옥쇄 파업. 말그대로 '전쟁터'였습니다.(민중의 소리)


노동자들의 봄은 아직인가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지난 6월 30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과의 인터뷰에서 "언제 복직하겠다는 약속도 안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이러다 보니까 또 하나의 이런 서러운 희생이 있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해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쌍용차 근무 이력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전해졌습니다. 파업 당시 경찰이 청구한 24억 원의 손해배상도 그에게는 마음의 짐이었겠지요.


대통령님께서는 2012년 9월 대통령 후보시절,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을 찾아가 "이 정부(이명박 정부)에서 해결이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해결하겠다, (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관련기사)


2012년 9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한겨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1년도 더 됐습니다. 새로운 세상의 새 정부도, 그들에게는 희망이 되지 못한 것일까요.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 한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재벌대기업에게는 항상 '천국'이었습니다(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실체를 알 수 없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는 언제 오는 것일까요.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은 어디로 갔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은 어디에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로 그 효과가 무색해졌습니다. 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의 주도로 통과됐지요(참 신기했습니다. 정부여당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던 자유한국당이 이 건에서만큼은 민주당과 같은 입장에 섰다는 것이). 노동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전교조는 어떻습니까. '청와대의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불가' 이야기가 나오자 전교조는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6월 26일 경제수석으로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내정되자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 윤 수석이 주 OECD 대사를 역임할 당시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의 구속을 항의하는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 대표단에게 "민주노총은 폭력적이고 프랑스에서 시위할 때 차에 불태우고 폭력을 일삼는 파괴자들이랑 같은 집단이다"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노동문제에서만큼은 정부의 과감하고 개혁적인 행보를 볼 수 없는 것일까요. 혹시 보수야당과 수구언론, 재계의 파상공세가 두려우십니까.


대통령님께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북미회담 취소' 통보가 발표된 후,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깜짝'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지셨습니다. 보수야당과 수구언론은 이를 두고 분명히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공격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께서는 아랑곳 않으시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시고, '사후에' 국민들을 설득하는 '모험'까지 감행하셨습니다. 이 과감한 돌파력과 결단력을 노동문제에서도 볼 수는 없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과감한 돌파력이 빛났던 '깜짝' 2차남북정상회담.(청와대)


노동 문제에서도 '돌파력'을 보여주기를


문재인 정부 앞에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남북평화', '소득주도성장', '토지공개념', '복지확대' 등.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집단이 어느 집단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보수야당과 수구언론, 재계의 공세가 두려워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해서, 그들이 정부의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히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 정부와 입장이 같은 노동계의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이들은 노동자들이 아닐까요. 아니, 이런 것들을 제쳐두고라도, 억울한 죽음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권력은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1988년 초선 노무현 의원은 대정부 질의에서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꿈은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 초선 노무현 의원의 꿈을, 문재인 정부가 현실로 바꿔주길 바랍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그 세상의 첫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 대통령님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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