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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Jun 20. 2018

보수가 흥해야 나라가 산다

6.13 지방선거 결과를 보며

1956년 제3대 정부통령 선거. 대통령 후보들 중에는 ‘진보 후보’인 조봉암도 있었다. 조봉암 후보의 선거운동은 고단하기만 했다. 조봉암 후보측은 이 선거기간 동안 불량배들에게 테러를 당하거나 경찰의 방해에 시달렸다. 그리고 개표과정에서의 부정도 있었다. 나중에 조봉암은 이 선거를 가리켜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투표에 이기고 개표에 졌다


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그는 2,163,808표를 얻었다. 이 기록은 참 대단한 기록인데,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보 후보가 이 득표를 뛰어넘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은 ‘중도보수’) 


이 때 기록적인 득표를 올린 조봉암은 1959년에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다.(52년 뒤인 2011년에 ‘무죄’임이 확정됨) 그 뒤로 진보정치의 싹은 잘려나간다. 불량배나 경찰의 방해가 없는 지금까지도 이 기록을 뛰어넘는 진보 후보가 없다는 것만 봐도 한국의 정치지형이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1959년 사형 뒤, 52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조봉암 선생.(어, 그런데 앵커가?) KBS뉴스화면.

  

 그런데 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던 때가 있었다. 바로 작년 5월의 19대 대선이었다.    

  

조봉암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당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순간적으로 10%대를 돌파하며 두 자리수인 11.4%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그러나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6.2%의 득표율, 2,017,458표 득표. 실망스러웠으나 조봉암 이후 진보 후보의 첫 2백만표 득표라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19대 대선을 통해 ‘진보 후보’의 득표력이 확인되자 실제로 ‘심상정 노동부장관 기용’이 거론되기기도 했다. 항상 정치무대의 변두리에 있던 진보세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관련기사)


그리고 6.13 지방선거. ‘민주당의 역대급 압승’으로 평가되지만,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대목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진보세력의 약진’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4년 전 3.6%에 불과했던 정당 지지율은 이번에 9%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지난 선거에서는 당선자가 없었던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1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비례 10명) 광역의원 당선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자유한국당에 이어 3위다.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자. 민주당의 '역대급 압승'이다. 국제신문DB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진보세력의 약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수구-극우세력의 위축’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업적(?)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을 입은 (자칭) ‘보수세력’의 대표주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라니.(자유한국당은 ‘보수’가 아니다. ‘수구-극우’다)     


2014~2016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이. 2016년 말, 4%를 기록했다. 한국일보.


사실 그간 많은 진보적 유권자들은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중도보수’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압박을 받아왔다. 수구-극우세력의 확장을 막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라고나 할까. 이 때문에 진보 후보들은 ‘단일화’(라고 하지만 사실상 ‘후보사퇴’다)를 하라는 유권자들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른쪽 끝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극우세력’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탄핵 정국의 와중에서 급격히 위축되면서 진보적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실제로 작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면서’, ‘즐겁게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2012 대선 당시,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사퇴 기자회견. 2010년 경기도지사 후보사퇴에 이은 두번째 사퇴였다. 연합뉴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한다. 한국은 그간 극우와 중도보수의 날개로만 날아왔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의 ‘양적 팽창’은 급속도로 이루어졌으나, 많은 것들을 놓쳤다. 삶의 질, 균등한 소득분배 구조, 환경과 안전,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등. 그리고 기존의 정치세력이 대변하지 못하는 약자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참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여성들, 청년들, 외국인들. 이들을 위한 정치세력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들도 차별받지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더불어사는 사회이고, 그런 나라가 ‘선진국’이지 않겠는가. 이들을 대변할 정치세력 등장의 충분조건은 ‘극우-수구세력의 퇴장’이다. 그들이 사라져야 한국사회가 발전한다.     


'좌우의 날개로 나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국민의 엄청난 사랑을 받은 집권여당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좌우의 날개를 가진’ 대한민국이 될 것인가, 도로 ‘오른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친’ 대한민국이 될 것인가. 집권여당이 실패하면 그들은 다시 부활할 것이다. (물론, 진보세력 자체의 혁신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심 이후의 진보정치를 이끌어갈 만한 실력 있는 정치인을 길러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집권여당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한다. 보수가 성공해야 극우는 쪼그라들고, 진보의 공간이 확장된다. 보수가 흥해야 나라가 산다. 한국의 ‘보수’여.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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